유엔 “경기장 하나 꽉 채울 정도”…전문가 “수용소 경험 트라우마로 남아”
미국에서 지난 1년간 약 7만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 자녀들이 구금시설에 억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조사관이 이달 새로 공개된 미 당국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다른 국가보다 훨씬 많은 수의 아동이 미국에서 부모와 격리된 채 수용돼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사관은 영·유아에서 10대 청소년까지 6만 9천550명의 아동이 미국 정부의 구금시설에 억류된 상태라며 이는 “경기장 하나를 꽉 채울 정도의 인원”이라고 설명했다.
불법 이민 아동은 2019년 회계연도 기간(2018년 10월~2019년 9월)을 기준으로 전년도보다 무려 42% 늘었으며,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떨어져 구금시설에 머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경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정책이 시행된 이후 더욱 심화했다.
유엔은 미 당국이 수용소에서의 경험이 아동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장기간에 걸친 아동의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버드대 아동발달센터의 잭 숀코프 박사는 “(아동의) 초기 경험은 뇌와 신체에 깊숙이 자리 잡는 것”이라며 유아기에 지속적이고 꾸준한 관심을 받지 못하면 이후 뇌와 신체 발달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숀코프 박사는 또 아동이 어릴수록 생물학적 기관이 발달하지 않아 위험성이 높아지며, 격리 기간 등에 따라 심각한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금시설에 수용된 경험이 있는 온두라스 출신의 10대 청소년은 당시를 떠올리며 날이 갈수록 두려움과 불안감이 커졌다고 증언했다.
한 3살 소녀는 부모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해 가족과 3주 만에 재회한 뒤에도 대화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국 보건복지부(HHS) 조사관은 아동이 억류된 구금 시설에 전문 진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HHS는 올해 초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아동의) 상해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자금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부모와 격리돼 억류된 아동 가운데 일부는 올해 본국으로 추방되거나, 미국에서 가족들과 재회했다.
그러나 여전히 4천여명이 열악한 시설에 수용돼 있으며, 구금시설에 새로 도착하는 아동들도 매주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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