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해군 요직 발령 불구 본인도 모르는 복수국적
한국정부 법개정 없어, 주류 진출 피해 이어져
한인 2세가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로 미 해군 핵 담당 부서 발령이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미 전국에서 한인 2세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부여된 한미 이중국적이 문제가 돼 연방 공무원이나 사관학교, 군 요직 등 신원조회가 필요한 공직 진출에 피해를 입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한국 국적법이 한인 2세들의 발목을 잡고 있어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또 다시 높아지고 있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버지니아주 거주 저스틴(18·가명)군은 최근 미 해군에 지원해 우수한 성적으로 극비의 핵 담당 부서 발령을 받고 기뻐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해군 측에서 이중국적자에 해당될지 모르니 주미한국대사관에 연락해 보라는 통보를 받았다.
저스틴의 부모는 해군 측에서 알려 주기 전까지는 자신들의 아들이 선천적 복수국적자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워싱턴 DC 총영사관에 확인해 본 결과 선천적 복수국적자라는 답을 듣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미국 태생의 한인 2세 남성은 만 18세가 되는 3월31일까지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않으면 병역을 필하기 전 37세까지 국적이탈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저스틴은 만 18세에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않았기에 37세까지 한국 국적이탈이 불가능한 이중국적자가 됐다는 황당한 말에 저스틴의 부모는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했다. 담당자는 “영주권자인 어머니가 미국에서 결혼하면서 한국에 혼인신고를 해야 했고, 또한 자녀가 출생하면 한국에 출생신고 의무도 있다”고 말했다. “출생신고를 하면 오히려 이중국적의 증거만 남지 않느냐”고 따지니 “한국의 국민정서 때문”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답을 했다고 한다.
아들 문제로 애를 태우던 저스틴의 부모는 지난 14일 애난데일에 있는 전종준 변호사(워싱턴 로펌)를 찾아가 ‘생각하지도 못한 선천적 복수국적법 피해자’가 된 사연을 호소하면서 자문을 구했다.
전 변호사는 “한국의 주민등록법 상에 부모의 자녀 출생신고 의무는 있지만 저스틴의 아버지는 미국인이기에 한국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려면 아버지와 어머니 양쪽 모두의 인적 사항이 있어야 가능하기에 아버지 혹은 어미니 단독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이혼가정이나 국제결혼가정에서 자녀의 출생신고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시대에 뒤떨어진 선천적 복수국적으로 한인 후세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저스틴의 어머니는 “아들은 한국에 연고도 없고 혜택을 받은 적도 없으며 한국에서 살 생각도 없다. 한국의 국적법 때문에 아들의 꿈과 미래를 망치게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전 변호사는 “지금 당장 저스틴을 구제할 수 있는 길은 없다”며 “단지 지난 2020년 9월 헌법소원 불합치 결정을 받은 대로 국회가 올해 9월30일까지 개정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국회는 하루속히 유일한 구제책인 국적자동상실제를 통과시켜 저스틴과 같은 한인 2세들이 미 주류사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사례들은 저스틴 군 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문모씨의 아들은 미 공군 장교로 주한 미군에 발령이 났으나, 공군 측에서는 문씨의 아들이 선천적 복수국적자라는 이유로 한국 발령을 취소했다.
<한국일보 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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