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인종차별적 이민정책으로 인해 추방 피해가 염려됐던 미국 내 한인 자녀들이 다시 희망을 얻게 됐다.
18일(현지시간) 미 연방대법원이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제도(DACA·다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졸속 폐지 계획에 제동을 건 것이다.
다카는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불법 이주한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청년들이 걱정 없이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한 행정명령이다.
어린시절 부모의 손에 이끌려 미국에 불법입국했던 불법체류 청소년들이 오바마 행정부의 다카 정책에 따라 매 2년마다 노동허가증을 갱신 받아 추방 위험 없이 일을 하거나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그런데 5년 뒤인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일자리 수호를 명분으로 인종차별적 이민정책을 추구하면서 다카 폐지에 서명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소송이 잇달았다.
다카가 적용되는 연령대는 주로 20대 초·중반으로 미국 내 대학에 다니는 한인 자녀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이슈였다.
지난해 3월 미 이민서비스국(USCIS)이 발표한 다카 접수·승인 자료를 보면 2011~2012회계연도부터 2018년 11월 말까지 한인 다카 신규 갱신 규모는 7250건에 이른다. 당장 재미 한인사회에서 “다카 폐지가 대법원에서 저지되지 않으면 한인 청년 7000여명이 추방의 위험에 상시 노출된다”는 염려가 나왔다.
특히 이민서비스국 자료를 보면 히스패닉계 중남미 국적자에 이어 아시아권에서는 한인 비중이 가장 높다. 7250건의 한인 갱신에 이어 필리핀(4655건), 인도(3182건)가 뒤를 잇고 있다.
다행히도 이날 최고법원인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다카 폐지 정책이 “임의적이고 예측할 수 없다”며 폐지를 저지시켰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법원이 다카 폐지가 과연 건전한 정책인지를 다루기보다 폐지 조치에 대한 합당한 설명 등 트럼프 행정부가 절차상 요건을 준수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봤다는 것이다.
9명의 대법관 중 5대 4의 결정으로 폐지 불가가 다수 의견이 됐는데, 이는 이념적으로 보수 5명, 진보 4명 구도인 현 연방대법원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 한 명이 진보 쪽으로 옮겨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폐지가 부당하다고 판단하며 진보 4명 그룹과 판단을 함께 한 인사는 다름아닌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었다.
현지 매체들은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자유주의 성향의 다른 4명의 대법관과 함께 다카 폐지 제동에 동참했다는 점을 주목해 보도하고 있다.
반대로 대법원 판결을 받아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끔찍하고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비판 글을 올리며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또 자신에게 보수 성향의 새로운 대법관 인사 리스트가 있다고 강조하며 올 11월 대선에서 자신에게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자신이 승리하고 집권 2기에서 진보 성향 대법관 중에서 건강 상 이유 등으로 퇴임 사례가 나온다면 이 리스트에 있는 보수 성향 대법관을 지명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초 자신의 국경 장벽 예산이 야당인 민주당에 의해 가로막히자 다카 폐기를 유예하는 대신 국경 장벽 예산을 허용해달라는 `빅딜`을 시도한 바 있다.
이를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다카 폐지 법안에는 문제 해결의 영구적인 해법이 담겨 있지 않다”며 거부해 무산됐다.
또 법원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국 혁신 기업들이 나서서 트럼프 행정부의 다카 폐지가 미국 경제의 혁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애플은 2017년 “이민이 없었다면 애플이라는 회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동 창립자였던 스티브 잡스도 이민자의 자녀였다”라며 폐지 반대 의견서를 법원에 냈다.
<매일경제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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