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반이민… 합법 체류자도 불안
호놀룰루 공항서 이유 없이‘입국거부’ 남가주서 범죄 없는 불체자 대거 체포도
<김철수·예진협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으로 미 전역의 이민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범죄 기록이 없는 한국 국적의 20대 남성이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에서 강제 추방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민세관단속국(ICE)은 10일 일주일 동안 남가주 6개 카운티에서 실시한 불체자 단속 결과 160여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체포됐다고 밝힌 가운데 이 중 5명은 범죄 경력이 없는 단순 서류미비자로 알려져 강경해진 반이민 분위기로 합법적인 영주권자나 한인 시민권자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한인사회 내 확산되고 있다.
10일 호놀룰루 총영사관에 따르면, 호주 농장에서 일하는 김모(27)씨는 지난 2일 호주 브리즈번을 출발해 뉴욕행 항공편을 타려던 호놀룰루 공항에서 이뤄진 4시간 가까운 이민 심사에서 입국 거부 판정을 받았다.
추방 명령을 받은 그는 중범죄자들이 수용된 공항 근처 연방 구치소에서 머물다가 다음날인 3일 인천행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
김씨는 한국과 미국의 비자 면제 협정으로 미국 입국 후 최장 90일간 합법 체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신고해 지인이 있는 뉴욕에 갈 예정이었으나 CBP의 알 수 없는 처사로 추방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CBP가 강압적 취조로 하지도 않은 과거 미국에서의 불법 취업을 강요했고,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데려가 수갑을 채웠으며 이민 관련 수용시설도 아닌 연방 구치소에 갇혔다며 귀국 후 8일 총영사관 측에 항의했다.
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10일 “김 씨의 신고를 토대로 CBP에 진상 파악을 촉구하는 항의 공문을 보내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주 LA를 포함한 남가주 전역에서는 ICE 요원들이 헌팅턴팍, 웨스트 LA 일대의 범죄 기록이 있는 갱단원 및 지명수배자 집에 들이닥쳐 신원조회 후 범죄자들을 체포하는 초강경 이민 단속과정에서 범죄가 없는 서류미비자들까지 체포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루실 로이발-알라드 연방 하원의원은 “트럼프 정부는 갱 단원 등 범죄경력이 있는 불법체류자를 단속한다고 천명했지만 이번에 체포된 사람들 중에는 범죄기록이 없는 이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정부의 무차별적인 불법체류자 단속과 추방 소식이 전해지자 LA 한인사회에서는 음주운전 등 범죄기록이 있는 단기 체류 비자 소지자나 영주권자 등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이민자도 단속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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