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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vs 샌더스, 그리고 트럼프 - Imin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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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November 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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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vs 샌더스, 그리고 트럼프

한 주 간격으로 두 개의 ‘대선 쇼’가 펼쳐지고 있다. 둘 다 대선의 최대 격전지인 플로리다가 무대다. 이번 주엔 올랜도에서 재선 도전을 공식선언한 트럼프의 원맨쇼가 선보였고, 다음 주엔 마이애미에서 민주당 대선주자 20명이 격돌하는 첫 TV토론 단체쇼가 예약되어 있다.

18일 트럼프의 재선 출정식은 ‘그들만의 록스타’에 대한 핵심 지지층의 한결같은 충성을 확인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장내를 꽉 채운 2만 인파의 열광은 밝은 경제, 희망을 약속하는 새 어젠다 보다는 ‘가짜뉴스’ 언론, ‘마녀사냥’ 특검수사, ‘증오와 편견과 분노에 사로잡혀 미국을 파괴하려는…사회주의 급진 좌파 집단’ 민주당 공격에 쏟아졌다.

트럼프의 2020년 캠페인이 반이민과 분열조장을 동력으로 삼았던 2016년의 리사이클링이 될 것이라는 전조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대통령은 집회 전날 수백만 불법체류자들의 대대적 추방을 위협했고,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재조사를 다짐하며 “그녀를 가두라”는 떼창을 불러일으킬 만큼 집요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새 라이벌 ‘슬리피 조’와 ‘크레이지 버니’는 한두 번 조롱에 그친 데 비해 옛 라이벌 힐러리는 8번이나 들먹였다.

이미 정해진 후보의, 그것도 여러 차례 보아온 원맨쇼보다 흥미로운 것은 새 후보 선출에 앞서 초유의 난타전이 예상되는 다음 주 토론이다.

26일과 27일 이틀에 걸쳐 각 10명씩 참석한다. 평균지지율 2% 이상인 주자들이 먼저 추첨해 4명은 첫날, 4명은 둘째 날에 배정되었고 나머지 하위권 12명도 같은 방식으로 첫날 6명, 둘째 날 6명으로 나눠졌다. 선두권 주자들이 같은 날에 몰리는 것을 피하려는 노력이었지만 3위의 엘리자베스 워런을 제외한 선두권 주자들이 모두 포진한 둘째 날 토론이 메인경기처럼 되어 버렸다. 각 10명의 지지율 총계가 첫날 21.4%, 둘째 날 64%로 확 차이가 난다.

지난 주말 대진표가 발표된 이번 토론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조 바이든과 버니 샌더스의 대결이다. 지지율 1위와 2위의 선두주자들인데다 중도주의자 바이든과 민주적 사회주의자 샌더스가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 팽팽하게 격돌하는 두 이념을 뚜렷하게 대변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재선 저지’라는 대전제는 같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에는 차이가 확연하다. 투쟁전략도 다르다.

트럼프를 정치적 일탈의 비정상으로 보는 바이든의 메인 테마는 ‘트럼프 이전 정상으로의 복귀’다. 전국민 메디케어, 그린 뉴딜, 무료 대학교육 등 급진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바이든은 점진적 변화를 선호하며 초당적 협치의 가능성을 굳게 믿고 있다.

‘정치혁명’의 주창자 샌더스는 보다 근본적이고 과감한 체제변화를 꿈꾼다. 투쟁을 불사하는 ‘불평등 해소’를 강조하며 “21세기, 세계사상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의 경제적 권리는 인권이라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그것이 내가 뜻하는 민주적 사회주의다”라고 역설한다.

2016년 민주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으나 실행불가능의 이상론으로 여겨졌던 샌더스의 급진 정책들은 지난 중간선거 승리 이후 당내 보이스가 부쩍 커진 젊은 진보파들에 의해 구체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급진파들은 바이든의 대안이 샌더스 뿐 아니라 워런의 풍부한 정책 아이디어나 피트 부트저지의 젊은 이상주의에 비해 너무 안이하다고 비판하지만 바이든의 메시지가 트럼프를 혐오하면서도 급진파의 과격변화가 불안한 유권자들의 공감을 부르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지난 몇 주 샌더스와 바이든은 서로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채 공격을 개시했다. 샌더스는 “지금은 점진적 변화를 기다릴 때가 아니다. 중도는 설 자리가 없다”고 선언했고 바이든은 “초당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행정부의 권력남용 외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대통령은 ‘설득의 힘’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반격을 가했다.

서로 다른 자신들의 비전이 민주당과 미국을 위해 최선임을 증명하려는 바이든과 샌더스의 맞대결 외에도 이번 토론의 관전 포인트는 다양하다. 미디어의 여과 없이 후보들의 모습과 메시지가 유권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되는 토론은 스타탄생의 기회이기도 하다. 아는 게 너무 많은 유력후보가 실언으로 곤두박질 칠 수도 있고, 자질에 비해 빛을 못 보던 하위권 후보가 의연한 태도나 촌철살인의 한 마디로 각광을 받을 수도 있다.

고령의 백인남성 주자들과 나란히 서는 것만으로 50대 흑인여성 카말라 해리스가 돋보일 수도 있고 30대 부트저지의 세대교체론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스타탄생의 기회는 선두권에선 유일하게 첫날 토론에 배정되어 중하위권 주자들과 겨루게 된 워런 뿐 아니라 소원대로 바이든과 한 무대에 서게 된 지지율 1%의 앤드루 양도 노려볼만 하다.

2020년 대선의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까지는 228일, 본선거일까지는 502일이나 남았다. 선거에선 천년처럼 긴 시간이다. 선두주자 바로 뒤에 포진해 있던 여성후보들이 약진하면서 바이든 대 워런, 샌더스 대 해리스의 대결로 바뀔 수도 있고, 뉴스제조기 트럼프의 어느 첫 새벽 즉흥 트윗이 판세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도 있다.

긴 여정 곳곳에 반전과 돌발변수들이 숨어 있어 흥미진진한 대선의 계절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일보 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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