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직원 불안감에 결근 긴장 속 말 아끼는 분위기
채용 때 신분증 확인하나 범죄·추방명령 여부까지 파악하긴 사실상 불가능
LA서 봉제업체를 운영하는 한인 L씨는 요즘 일손이 부족하다고 했다.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체류자 색출 작전이 주말부터 실시된다는 소식에 월요일인 15일에 히스패닉 직원 4명이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주일 후에 다시 출근하겠다는 말을 남겨놓았지만 장담할 수 없다는 게 L씨의 생각이다. L씨는 “불체자 단속 때문에 자바시장은 태풍을 앞둔 고요 속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4일부터 본격 시행중인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체류자 색출 작전의 ‘찬바람’이 한인 의류업계와 봉제업계에 불어 닥치고 있다.
15일 한인 의류업계와 봉제업계는 ICE의 급습 작전은 실제 벌어지지 않아 안심하는 눈치지만 언제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ICE의 불체자 색출을 놓고 의류업계와 봉제업계 사이에 온도차가 느껴지고 있다.
규모가 제법 되는 의류업체의 경우 직원에 대한 신분 점검을 상태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불안감이 적었지만 봉제업체들은 달랐다.
인력 위주의 봉제업 속성으로 인해 직원들의 근무 연한이 3~4년 정도에 불과 하다 보니 직원 관리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직원 채용시 각종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지만 과거 범죄 사실이나 추방 명령 여부까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봉제업체 업주는 “직원의 과거 이력을 점검하기도 쉽지 않고 가뜩이나 일손이 달리는 상황에서 기본 점검만 하고 있다”며 “ICE가 작업장에 들이 닥치면 손쓸 방법이 없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의류업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한 여성복 전문업체 한인 업주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ICE 단속에 대해 서로 말을 아끼고 있다”며 “긴장감이 돌고 있는 것이 현재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류업체 업주는 “일감을 준 봉제업체에서 불체자 문제가 불거지면 원청업체인 의류업체도 일정하게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반문 속에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짙게 묻어 났다.
전반적으로 의류 및 봉제업계 경기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이번 ICE의 불체자 체포 작전이 매출 급감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한인 업주들은 7월 들어서면 20% 가까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자바시장의 주요 고객인 히스패닉들이 추방 공포로 외출을 삼가면서 소비가 줄었다는 게 이들 업주들의 설명이다.
또한 봉제업계의 경우 직원들의 결근으로 제품 생산에 당장 악영향을 받더라도 별 뾰족한 수가 없다.
결국 이번 불체자 단속으로 인한 유무형의 경제적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의 몫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미주한인봉제협회 김기천 회장은 “업주들이 직원들의 추방 명령을 받은 사실이나 과거 범죄 이력까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며 “ICE의 체포 작전에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남상욱 기자>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남가주에서 불법체류자를 체포하고 있는 모습이다. 14일부터 전국적으로 개시된 ICE의 불체자 체포 작전으로 인해 직원들의 결근이 속출하는 등 자바시장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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