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연방대법원이 여성들의 낙태 권리를 모든 주에 걸쳐 동일하게 보장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는 역사적 판결을 내렸다. Roe 판결은 임신기간을 3주기로 나누고 첫 주기 동안에는 규제없는 낙태의 자유를 보장했다. 두번째 주기에도 임신부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만을 허용함으로써 낙태의 권리를 계속 유지시켰다. 마지막 3주기에도 임신부의 생명이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 주정부가 낙태를 허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임신 말까지 낙태를 가능케 했다.
태아는 잠재적 생명체로 사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헌법적 권리가 없다는 전제 하에 임신기간을 3주기로 나눈 Roe케이스의 판결의 틀은 1992년 Casey의 판결로 뒤집혔다. 연방대법원은 Casey 케이스에서 태아가 임신부의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단계(임신 24~28주)에 이르고 임신부의 생명이나 건강에 위험이 있는 임신이 아니라면 주 정부가 낙태를 규제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낙태 선택의 권리를 인정한 Roe 판결은 수정헌법 제14조에서 유추된 개인의 ‘사적 권리(Right to Privacy)’를 법이론적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사적 권리’의 법이론적 근거에 대한 비판은 Roe케이스의 심의 과정에서 부터 끊임없이 계속되어왔었다. 정당한 절차없이 정부는 개인의 생명, 자유 혹은 재산권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한 수정헌법 제14조로부터 유추된 사적권리를 헌법적 근거로 하여 낙태권을 인정한 Roe판결은 법 논리에 맞지 않는 무리한 판결이었다는 것이다. 여성인권 옹호자였던 고 긴스버그 전 대법관과 오바마 대통령의 법률고문이었던 로렌스 트라이브 하버드대 로스쿨 헌법교수 같은 진보계의 대표적인 법조인들까지 사적권리에 근거를 둔 Roe 판결에 법논리적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Roe 판결과 Casey 판결을 한꺼번에 뒤집은 이번 Dobbs 케이스 판결문에서 앨리토 대법관은 Roe 판결 직전까지 낙태가 헌법적 권리로 인정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모든 주에서 낙태는 위법이었다고 지적했다. 무려 78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앨리토 판사는 연방헌법의 기초가 된 영미 일반법(Common Law)의 낙태와 관련된 조항과 판례들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헌법의 어느 조항에서도 낙태가 사적권한이나 개인적 자유로 내포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또 Roe 판결은 처음부터 지극히 잘못되었고, 그 법 이론은 아주 약했으며, 그 결정은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73년 Roe 판결 이후 6,300만이 넘는 태아가 낙태되었고, 낙태는 미국을 친 생명(Pro Life)을 주장하는 보수진영과 낙태권을 주장하는 친 선택(Pro Choice)의 진보진영으로 양분시키는 가장 민감한 이슈가 되었다.
앨리토 대법관이 판결문에서 “이제 헌법에 따라 낙태 이슈를 국민들이 선출한 대표들에게 돌려보내야할 때”라고 선언한 것처럼 이번 판결은 낙태를 금지시킨 판결이 아니다. 대법원은 헌법을 해석하고 헌법에 따라 판결하는 사법기관이지 헌법에 근거를 찾을 수 없는 법 논리를 만들어가면서까지 판결을 할 수 있는 초 사법기관이 아니다. 따라서 낙태에 관한 입법은 각 주의 주민들이 선출한 대표들에 의해서 만들어져야하고 주 헌법에 의해서 구성된 주 행정부와 사법부에 의해서 집행되고 해석되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이번 판결은 이념적인 판결도 아니고 정치적 도덕적 판결도 아니다. 헌법에 근거한 합헌적 판결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판결이 여성들의 헌법적 권리를 빼앗았다고 강하게 비난하고 낙태가 가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그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최종 명령이 아니라 마지막 결정은 당신(국민)들에게 있다고 말하고 이번 11월 중간선거에 참여할 것을 부탁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마지막 결정은 국민들에게 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말이 낙태에 관한 이슈를 주민들이 선출한 대표들에게 넘겨야 한다는 앨리토 대법관의 판결문 결론과 동일하다.
글/박옥춘 전 미 교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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