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전문직종 취업에 장벽 우려…미국 내 일자리 지키기 차원
미국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이 해외에서 들어오는 전문직 종사자에게 내주는 ‘H1-B 비자’의 발급 요건을 강화했다.
‘바이 아메리칸, 하이어 아메리칸'(미국산 구매 우선, 미국인 고용 우선) 기치를 내걸고 전방위적 통상 압력을 가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IT(정보기술) 엔지니어 등 전문 직종 취업에도 장벽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3일(현지시간) CNN머니에 따르면 USCIS는 전날 메모 형태로 직원들에게 전달한 새 업무 지침에서 “H1-B 비자 신청자에 대해 고용 관계와 특정 업무, 근무 기간 및 장소 등을 반드시 특정해서 제출하도록 요구하라”고 지시했다.
USCIS는 앞서 조직 강령에서 미국을 ‘이민자의 나라'(nation of immigrants)로 지칭한 문구를 삭제한 바 있다.
H1-B 비자는 매년 8만5천 명 안팎의 해외 근로자에게 발급되는 비자로 2만 장 정도는 석·박사 학위 소지자에게 할당돼 있다.
주로 실리콘밸리에 유입되는 IT 인력에 발급되는 비자로 최초 3년 체류할 수 있고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이민서비스국은 H1-B 비자 신청자가 고용-피고용 관계를 명확히 설명하도록 요구했다.
이는 미국 내 IT 업체들이 제3자 아웃소싱 형태로 많은 IT인력을 고용하면서 미국 내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근로자 고용 보호를 주장하는 변호사 새러 블랙웰은 CNN머니에 “H1-B 비자는 엄격하게 제한된 취업 허가증으로, 이는 적법하게 인력이 필요한 곳에서만 한정해서 발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USCIS는 또 비자 신청자를 고용하는 미국 내 기업이 최소 3년 간의 취업 기간을 전부 다 보장하지 않을 경우에는 체류 기간을 더 단축해서 비자를 내주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취업 대기를 위해 미리 들어오는 비자 신청자에 대해서는 입국을 허가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이민당국의 H1-B 비자 발급 강화 조처에 대해 IT 인력을 해외로 다수 수출하는 인도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인디아 트리뷴 등 인도 매체는 트럼프 행정부가 IT 인력 취업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며 반발했다.
H1-B 비자 발급 대상자 중 3분의 2 가량이 인도에서 유입되는 IT 인력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H1-B 비자 발급자의 배우자가 부양가족에 주는 H-4 비자를 받아 미국 내에서 한시적으로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하던 오바마 행정부 당시의 지침도 폐지하도록 했다.
<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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