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파악하고 싶으면 1번 눌러라’ 녹음 남겨
주미 대사관 직원 사칭, 범죄연루·출금 위협도
정부 기관을 사칭해 개인 정보나 금융 정보 도용을 노리는 보이스피싱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남가주를 포함한 전국적으로 한인들에게도 연방 사회보장국은 물론 한국 대사관 등까지 사칭하는 사기 전화들이 빈발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한인 조모씨는 3일 아침 셀폰으로 모르는 전화번호에서 전화가 걸려와 받지 않았는데 음성메시지를 남겨서 들어보니 한 남성이 자신을 사회보장국 직원이라고 소개하면서 조씨의 소셜시큐리티 번호와 관련돼 의심스러운 활동이 발견돼 번호가 정지됐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화 버튼 1번을 누르라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한인 권모씨도 역시 이날 아침부터 모르는 번호로 5~6차례 전화가 걸려왔는데 확인 결과 역시 사회보장국 사칭 전화로 드러난 사례다. 권씨는 “하도 같은 번호로 전화가 와서 결국 받았는데 내 소셜 번호가 서스펜드 됐다는 음성 메시지가 나오면서 더욱 자세히 알고 싶다면 1번을 누르라고 하더라”며 “하지만 1번을 누르게 되면 셀폰에 저장된 신상 정보나 은행 계좌 정보 등 포함한 많은 개인정보가 유출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최근 사회보장국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사기가 만연하면서 연방 사회보장국은 웹사이트에 아예 이같은 사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주의를 해야 한다는 경고문까지 게재하고 있다.
사회보장국 측은 이같은 사기 유형으로 ▲외국에서 복권에 당첨됐는데 미국으로 돈을 송금하는데 도움이 필요하다며 소셜 번호와 은행 계좌번호를 제공하면 리베이트를 제공해주겠다거나 ▲컴퓨터 오류로 개인 데이터가 날아가 이를 복구해야 한다며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수법 ▲사회보장국에서 보낸 것처럼 위장한 이메일을 보내 가짜 웹사이트로 이동시킨 뒤 개인 정보를 도용하는 수법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인들을 노리는 한국어 보이스피싱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최근 뉴욕과 뉴저지 지역 등에 거주하는 한인 유학생들과 재외국민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주미 대사관 직원이라고 밝힌 뒤 국제범죄 등에 연루됐다며 개인 신상 정보를 요구하는 사기행각도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보이스피싱범들은 특히 당장 벌금을 내지 않으면 체포될 수 있다고 속인 뒤 은행계좌 정보를 빼내 돈을 가로채는 전형적인 전화 금융사기 수법을 이용하고 있는데, 특히 워싱턴 DC 지역번호인 202번으로 시작되는 전화번호를 사용하고 있어 한인들의 의심을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미한국대사관’이 아닌 ‘주미한국영사관’이라는 단어가 다소 이상했지만 출국금지라는 말에 깜짝 놀란 김씨는 기계음이 시키는 대로 9번을 누르자 한국 정부에서 파견나온 경찰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과 통화를 하게 됐는데, 신원 확인이 필요하다며 은행계좌번호와 주민등록번호를 묻는 남성의 요구가 의심스러워 뉴욕총영사관에 문의한 끝에 보이스피싱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해 정부기관들은 절대로 전화나 이메일 상으로 소셜 번호나 생년월일, 계좌번호 등 개인 및 금융정보를 묻지 않는다며 이같은 요구는 모두 사기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일보 구자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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