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밤 오렌지카운티에서 끔찍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부촌인 뉴포트비치 주택들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하기 위해 야간 드라이브에 나섰던 일가족 5명이 음주운전자 차량과 부딪혀 부모는 사망하고 어린 자녀 셋은 중상을 당한 것이다. 20대 젊은 부부가 5살부터 1살까지 어린 자녀 셋을 태우고 잠옷 바람으로 성탄 야경 구경에 나섰다가 졸지에 당한 안타까운 비극은 할 말을 잊게 만든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올해는 흥청망청한 연말 송년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지만, 이번 비극은 연말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특히 음주운전이 얼마나 큰 참극을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실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스테이 앳 홈’ 봉쇄령이 내려져 가족 이외의 모임 자체가 금지되고 식당과 술집들의 영업도 제한돼 모여서 술을 마실 수도 없으니 예년처럼 각종 송년회에서 만취해 운전대를 잡게 되는 상황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음주운전 차량들이 한인타운을 포함한 곳곳의 도로에서 언제 어떻게 흉기로 변할지 모르는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20대 여성이었다. 코로나 상황이라고 해서 습관성 음주운전자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팬데믹으로 외출을 못하니 집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크게 늘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주류 세일이 50%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는 만큼 음주운전의 위험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코로나 상황 속에 교통량이 줄어들면서 음주 및 난폭 운전자들이 폭주가 더욱 늘어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질서를 지키고 양보하는 운전자들은 점점 찾아보기 어렵고, 교통법규를 무시한 채 마구 끼어들고 달려드는 난폭차량들로 인해 위기상황을 맞는 일이 다반사다. LAPD 등 각 지역 경찰이 봉쇄령 속에서도 난폭운전 및 음주운전 단속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는 이유다.
어떤 상황에서든 음주운전은 절대 금물이고, 안전운전, 방어운전은 기본이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추방되는 이민자가 한해에 4만 명에 달한다. 단 한 번의 방심이나 만용으로 삶의 뿌리가 송두리째 뽑히지 않도록 다같이 조심해야겠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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