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국 함정단속에 체포
추방재판 회부된 불체자, 합법신분 취득 어려워져
시민권자와 결혼한 불법체류 신분의 배우자가 영주권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인터뷰 도중 구금되는 등 이민당국의 함정단속에 적발되는 경우가 늘어나자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14일 ABC 7 뉴스는 시민권자인 아내와 합법적인 영주권 인터뷰 과정에서 이민단속국에 체포된 불법체류자들이 속출해 인권단체들이 피해자들이 연방 수사당국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온두라스 이민자 출신인 엘머 산체스는 지난 2005년 9월 불법체류로 재판에 넘겨져 추방재판을 받았지만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계속 미국에 머물 수 있었다. 그 후 엘머는 2013년 시민권자인 아내 알리세를 만나 결혼해 4세와 2세 자녀를 낳아 키우고 있었다.
이 커플은 지난해 9월 남편의 영주권 수속을 진행했으며, 이민국으로부터 지난 5월7일 이들의 결혼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인터뷰차 이민국을 방문할 것을 통보받은 뒤, 엘머가 인터뷰 도중 이민단속국 직원에 의해 구금된 것이다.
집단소송을 제기한 인권단체들은 이민당국이 불법체류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영주권 인터뷰를 잡은 뒤 현장에서 추방재판에 회부된 서류미비자들을 체포하는 등 함정단속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알리세와 엘머의 변호인은 인터뷰는 당초 이민국이 이들의 결혼이 영주권 취득을 위한 불법적인 요소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으로, 엘머의 체포는 명백한 함정수사로 불법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ICE와 이민국은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형사범이나 추방재판에 회부된 불법체류자들의 영주권 인터뷰 과정에서 구금은 집행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한편 이민법전문 변호사들은 엘리세나 엘머와 유사하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추방재판에 회부된 불법체류자들이 영주권 인터뷰 과정에서 체포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민법 전문 변호사들은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추방재판에 회부된 불체자들도 시민권자인 배우자를 통한 영주권 취득 시 출국 후 합법적인 비자를 받고 재입국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트럼프 정부에서는 영주권 인터뷰를 위해 이민국에 갔다가 체포된 사례가 늘어나 수많은 이민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ABC 7은 이민국의 통계를 인용해 엘리세와 엘머의 경우처럼 합법적인 배우자를 통해 임시 영주권을 취득하는 불법체류자들이 2만3,253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민법전문 이경희 변호사는 “단순 불법체류자들의 경우 시민권자인 배우자를 통해 합법적인 체류신분을 취득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나 추방재판에 회부된 불법체류자들의 경우 배우자를 통한 합법적인 신분 취득이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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