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남반부에 위치하고 있는 뉴질랜드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지상의 낙원이라 불리는 천혜의 나라이다. 기후가 따뜻하고 공기가 쾌적하며 하나의 커다란 공원을 연상시킬 만큼 자연환경이 수려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살 수 없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뉴질랜드는 안전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 나라에서 지난 15일 끔찍한 반이민 총격테러가 발생, 뉴질랜드는 물론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한 백인우월주의자가 남섬 최대도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부근의 추모공원에서 어린아이(3세)부터 노인(70대)에 이르기까지 무차별 총격을 난사, 50명의 사망자와 42명의 부상자를 낸 것이다. 순식간에 사망자가 여기 저기 널브러지고 온 사방이 아비규환, 피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이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번 테러는 모든 이민자들을 충격과 불안에 빠뜨렸다. 다른 나라에서도 소수인종을 대상으로 한 반이민 테러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테러범은 반이민 선언문에서 “유럽은 침략한 이민자들을 제거하고 그들에게 위협을 가해 이민율을 낮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문구는 미국에 사는 우리 소수민족에게 가슴 섬뜩한 위협으로 다가온다. 미국에서도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반이민 활동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의 유대인 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자의 선전활동은 68건으로 전국에서 4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에서 이들로부터 피해를 입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이민자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한인들도 이들에게서 “당장 내 나라에서 떠나라” “코리안들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등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당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반이민정서는 총기테러 등 각종 끔찍한 활동으로 얼마든지 이어질 수 있다. 마치 미국의 총기근절이 어려운 것처럼 어쩌면 이 또한 영원히 근절되기 어려운 숙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전 캠벨 바톨레티의 저서 ‘하얀 폭력, 검은 저항’에서 분석된 백인우월주의자 조직의 탄생 기원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이 책은 이민자들을 위협하는 백인우월주의 단체(KKK)가 19세기 노예제도가 근절되지 않던 미국 남부 백인 농장주들의 노예들에게 가한 비인간적인 폭력 행위를 그대로 서술하고 있다.
이들 백인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남북전쟁에서 남부가 패하면서 노예제를 폐지하고, 그에 따라 자신들이 거느리던 흑인들이 자기 삶을 되찾고 백인과 동등한 위치에서 살게 된 것을 보며 격분했다. 이들은 흑인들을 잡아다가 폭행하거나 죽이고, 목을 매달았다. 그런 잔인한 단체가 바로 남북전쟁에서 패한 퇴역군인 6명에 의해 조직된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이다.
이들의 주장은 “흑인들의 평등은 있을 수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눈에 피부색이 다른 우리가 곱게 보일 리 만무이다. 우리는 하시라도 백인우월주의자들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는 현재 반이민 정책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대에 살고 있다. 불체자 체포건수만 보아도 트럼프 행정부출범 이후 17배나 늘어났을 정도다. 트럼프는 이번 뉴질랜드 테러를 놓고 양측에 모두 문제가 있다고 하였다. 이 발언으로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로부터 그는 극우라는 공격을 당했다. 혹시 트럼프가 정말 백인우월주의자가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이래저래 우리 앞에 전개되는 모든 상황은 우리를 옥죄는 것들뿐이다. 이번 테러범의 선언문 문구가 오늘따라 유난히 우리 힘없는 이민자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짓누른다.
<한국일보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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