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번호에 대사관 표시
‘스푸핑’ 수법 보이스피싱, 금융정보·송금 등 요구
한인 김모씨는 최근 자신의 셀폰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자신을 한국의 검찰에서 파견 나온 주미대사관 영사라고 소개한 한 남성이 다짜고짜 “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체포된 범죄자로부터 김 선생 명의의 크레딧카드와 통장을 발견했다”며 “신원 확인이 필요하니 생년월일과 은행 계좌번호를 불러 달라. 주지 않으면 입출국 금지를 당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당황한 김씨는 자신의 생년월일을 알려줬으나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정말로 대사관 영사가 맞냐”고 따져 묻자 상대방은 전화를 끊어 버렸다. 김씨는 셀폰에 찍힌 전화번호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지역번호 202로 시작되는 주미대사관 대표 전화번호가 맞았다며, 어떻게 공식 전화번호를 도용해 전화사기를 시도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이처럼 주미대사관 등 재외공관 기관원을 사칭해 개인 정보 도용을 시도하는 한인 대상 보이스피싱 사기가 계속 확산되고 있어 미국내 재외공관들이 한인들의 각별한 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같은 사기는 당초 뉴욕과 LA 등 일부 대도시 지역으로 국한돼 발생했으나 특히 최근 들어 미 전역 한인들을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고, 게다가 이들은 발신번호가 주미대사관 대표 전화번호(202-939-5600)로 표시되는 이른바 ‘스푸핑’ 수법을 사용하고 있어 수신자들이 자칫 속기 쉬워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스푸핑’이란 전화번호나 이메일 주소를 실제와 유사하게 도용해 보이스피싱 또는 이메일 사기를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
LA 총영사관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통화시 국제금융사기 연루, 출국금지 조치 등 자극적인 언어들을 사용하며 개인 신상정보를 요구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총영사관은 기존과 달리 이같은 사기가 미국내 일부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주요 대도시에서 보이스피싱 전화를 수신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한인 유학생과 재외 국민들을 상대로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자신을 주미대사관 직원이라고 소개한 뒤 출국금지 또는 국제범죄 등에 연루됐다며 개인 신상정보를 요구하는 사기행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당장 벌금을 내지 않으면 체포될 수 있다고 속인 뒤 은행계좌 정보를 빼내 돈을 가로채는 전형적인 전화금융사기 수법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총영사관 측은 “정부기관은 어떠한 경우라도 개인의 금융정보나 신상정보를 전화 또는 온라인상으로 문의하지 않는다”며 ▲금융거래정보 요구에는 일절 응하지 말 것 ▲발신번호 및 수신번호 역시 조작이 가능하기에 현혹되지 말 것 ▲피해를 당한 경우 신속히 경찰에 신고한 후, 휴대폰 및 PC 등 해당 기기를 초기화한 뒤 주변 지인들에게 이를 알려 2차 피해를 막을 것 등을 강조했다.
또한 범죄 피해를 당한 경우 관련 기관으로 신고해 도움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 신고 연방거래위원회 (415)356-5270, LA경찰국(LAPD) 사기전담반 (213)486-6630, LAPD 컴퓨터범죄반 (213)533-4657.
<한국일보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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