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온두라스 이민자가 장벽을 넘어 밀입국을 시도하고있다. [AP]
트럼프 망명제한정책, 밀입국 부추겨, 남부 국경지역 지난 3개월간 24만여명
트럼프 행정부의 망명 제한 정책이 오히려 국경 밀입국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경검문소를 통해 망명 절차를 받기 어려워진 중남미 이민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국경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어, 밀입국 적발 이민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NBC 방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부터 강력히 규제하고 있는 남부 국경 망명규제 정책으로 인해 중남미 이민자들이 망명 대신 밀입국 시도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NBC 방송은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의 국경밀입국 적발 통계자료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통제가 강화된 지난해 10월부터 국경밀입국 시도가 크게 늘어 이 정책 시행 전보다 60%나 폭증했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국경통제와 망명규제가 시행된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3개월간 국경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중남미 출신 이민자는 남부 국경에서만 24만 2,66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 정책이 시행되기 이전 같은 기간에 비해 60% 이상 밀입국 적발이 폭증한 것이다.
CBP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0월부터 2018년 1월까지 3개월간 국경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이민자는 남부 국경지역에서만 15만 346명이었다.
국경통제 강화 정책 이후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이민자가 이전에 비해 오히려 9만 2,000여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이민변호사들과 이민단체 관계자들은 당초 망명을 신청하려 했던 많은 중남미 이민자들이 망명신청을 포기하는 대신 밀입국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남부 국경에 도달해도 망명 신청서를 접수하는 데만 수주일이 걸리고, 신청서를 접수해도 입국이 불허돼 멕시코에서 기약 없이 대기하도록 한 트럼프 행정부의 망명규제 정책이 오히려 밀입국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이민자들은 “목숨을 걸고 험한 사막과 산지를 지나야 하는 밀입국이 훨씬 위험하지만, 멕시코에서 수년간 수용소 생활을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화나에서 중남미 이민자들을 돕고 있는 인도주의단체 ‘휴먼라이트 퍼스트’의 켄지 키주카는 “많은 이민자들이 기다림에 지치고 좌절하고 있다”며 “밀입국이 성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이민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NBC는 국경통제가 강화되면서,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 중 밀입국자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반면, 국경검문소를 통한 합법 입국자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CBP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0월부터 2018년 1월까지 국경밀입국자 비중이 73%였으나,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월까지 기간에는 83%로 높아졌다. 반면, 국경검문소를 통한 입국은 27%에서 17%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캐러밴 이민자들이 몰리자 국경통제를 강화했고, 이어 지난해 12월부터는 망명 신청자들이 멕시코에서 대기하도록 하는 새로운 망명 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민법원의 추방재판이나 망명심사가 마무리 될때까지 미국에 장기체류하거나 재판에 나타나지 않고 사라지는 편법적인 미국 체류 방식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이 정책은 국경검문소에서 망명 의사를 밝힌 이민자들은 신청서를 제출한 뒤 다시 멕시코로 돌려 보내지만, 이민법원의 망명재판 기일에 맞춰 미국에 일시 입국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망명 신청 접수에만 수주일이 걸리는데다 사상 최악의 소송적체로 인해 이민법원의 망명 재판 심리는 기약이 없다.
<한국일보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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