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오려는 이민 희망자들이 건강보험 가입 및 의료비 지불 여력을 증명해야만 영주권을 발급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 이민규제 정책이 연방항소법원에서도 제동이 걸렸다.
연방 제9항소법원은 4일 무보험 이민자들에게 영주권 발급을 제한하는 규정에 대해 시행 중단 가처분 판결을 내린 1심 법원의 결정을 유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영주권을 신청하는 이민자는 미국 입국 30일 이내에 건강보험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반드시 밝히도록 하고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이민자는 자비로 의료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있음을 증명하도록 하는 새 규정을 발표한 바 있다. 규정에 따른 비자발급 요건을 충족하려면 새 이민자들은 직장에서 건강보험을 보장받거나 개별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이민 관련 비영리단체 등은 해당 규정 시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시행을 하루 앞두고 이를 받아들여 효력을 정지시켰다. 해당 규정이 시행되면 잠재적 이민자들에게 가족 분리와 비자 발급 지연 등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불러올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항소했고, 이날 항소법원이 1심 법원의 결정을 유지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에 상고할 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편 이민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미국 태생 69%, 이민자의 57%가 각각 개별 의료보험에 가입했다. 또 미국 태생 36%, 이민자의 30%가 공공 의료보험에 가입했다.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민자의 비율은 2013년 32%에서 건강보험개혁법 (ACA) 시행 이후 2017년 20%로 떨어졌다.
<한국일보 서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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