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스캔들 등 수세, 입지 강화위해 조기 착수
▶ 차기 선대본부장에 파스칼, 지지자들에 “기부를”메일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무역전쟁 선포 등 최근 격정적 행보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 도전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미국 정치사에서 임기를 겨우 1년 넘긴 초임 대통령이 재선 행보에 나선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스캔들 등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불안정한 입지 강화를 위해 재선 운동에 조기 착수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 메시지에서 2020년 재선 도전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한편, 흔들리지 않는 지지와 함께 정치자금 기부를 호소했다. 그는 민주당과 주류언론의 가짜뉴스 공격이 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재선에 임박해 선거 준비를 시작해서는 안되며 미리미리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2020년을 겨냥한 캠프 가동에 돌입했다. 지난달 말 2016년 대선 캠프에서 디지털 미디어 국장으로 활약했던 브래드 파스칼을 차기 대선 캠프를 이끌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지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파스칼의 인선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의심하는 반 트럼프 세력에게 쐐기를 박는 조치”라고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다.
디지털 컨설팅 업체를 운영해온 파스칼은 캠프 내부에서 막강한 실세로 통했던 인물이다. SNS 등 온라인 상에서 유통되는 정보를 분석해 캠프의 인적, 재정자원을 적재적소에 배분하고 유세 동선도 결정하는 등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사실상 지난 대선 캠프의 컨트롤타워였던 셈이다.
파스칼은 첫 임무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밑바닥 조직을 끌어 모으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일종의 친위대 모집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도 그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캠프는 이미 상당한 자금의 실탄(정치자금)도 비축해 놓은 상태다. 연방선거위원회(FE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치행동위원회(PAC)가 운영 중이다. 미국에서는 후보 캠프와 직접적 연관이 없으면, 지지자들이 PAC을 결성해 해당 후보를 위해 정치자금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한 주요 3개 PAC이 그 동안 꾸준히 모금활동을 벌여, 지난해 말 현재 보유한 자금이 총 3,200만 달러가 넘는다. 게다가 지난해 여름부터 ‘트럼프와 함께’, ‘트럼프를 위한 미국’ 등 추가로 3개 PAC이 결성돼 2020년 재선을 도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안팎의 비난에도 불구, 무역전쟁과 반 이민정책에 매달리는 것도 지지층 결집을 위한 선거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철강, 자동차 등 객관적으로 대외 경쟁력을 상실한 미국 제조업을 고율관세와 통상압력으로 유지시켜야만 지난 대선에서 막판 승리를 안긴 ‘러스트 벨트’의 서민ㆍ백인 근로계층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강윤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지난 3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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