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권력 양당 ‘분점’…트럼프 국정운용 독주에 ‘제동’ 불가피
민주, 트럼프 견제 발판 마련…’블루 웨이브’는 예상보다 약해
‘상원 올인’한 트럼프도 선방…7일 오전 11시30분 백악관서 기자회견
트럼프, 중간선거 전날 美전역서 총력유세(포트웨인<美인디애나주> AP=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디애나 주 포트웨인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루동안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와 박빙 양상을 보이는 오하이오, 인디애나, 미주리 3개 주를 돌며 지원 유세를 펼친 뒤 자정께 백악관에 돌아오는 강행군을 치렀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지원유세가 막을 내렸다.
6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의 11ㆍ6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상원에서는 집권당인 공화당이 오히려 의석을 더 늘리며 과반 의석을 굳게 지킬 것으로 보여, 미국 의회 권력은 ‘상원-공화, 하원-민주’로 분점(分占)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첫 심판에서 어느 한쪽도 확실한 승리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오는 2020년 대선까지 남은 2년 동안 미국 정치의 분열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언론사들이 이날 밤 일제히 발표한 예측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435석 전체를 다시 선출하는 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을 누르고 다수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NBC 방송은 민주당 230석, 공화당 205석으로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등극을 예상했다.
CNN 방송도 7일 오전 9시 현재 민주당이 222곳에서, 공화당이 199곳에서 각각 앞선 것으로 집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민주당이 219석을 확보해 193석의 공화당에 앞서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2010년 중간선거 이후 8년 만에 하원을 장악할 것이 유력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중간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지난 2년간 일방적으로 독주한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은 하원에 주어진 예산편성권과 입법권을 바탕으로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제도ㆍACA) 폐지 등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공약 법제화 및 이행에 급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원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소환 권력'(subpoena power)을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 개인과 행정부 각료들에 대한 의회 차원의 조사에 착수할 전망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펠로시 “미국의 새로운 날” 승리 선언(워싱턴DC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원내대표는 6일(현지시간)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미 언론 예측조사가 일제히 발표된 직후 “내일은 미국의 새로운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됨에 따라 하원 의장 자리도 현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 의장으로부터 펠로시 대표에게로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 대표는 지난 2007년 1월부터 2011년 1월까지 4년간 하원 의장을 지낸 바 있다. 사진은 이날 워싱턴DC의 리전시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선거일 밤모임에서 고무된 표정의 펠로시 대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내일은 미국의 새로운 날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의 하원 탈환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복원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선거운동 초반인 9월 초만 해도 판 전체를 뒤흔들 것으로 예상됐던 ‘블루 웨이브'(민주당 바람)가 민주당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CNN은 “전체적으로는 민주당의 하원 탈환이 가능할 것이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로만 놓고 봤을 때 이것을 ‘블루 웨이브’라고 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상원 선거의 주요 격전지를 상당수 내준 것도 민주당의 하원 승리를 퇴색시킨 결과가 됐다.
민주당은 개표 초반 공화당 ‘텃밭’ 중 하나인 웨스트버지니아 상원 선거에서 현역인 조 맨친의 승리로 기세를 올렸으나, 이후 조 도널리(인디애나)·하이디 하이트캠프(노스다코타)·클레어 매캐스킬(미주리) 상원의원이 모조리 패하면서 주춤했다.
공화당 ‘거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턱밑까지 추격한 베토 오루어크 후보가 분패한 것도 뼈아팠다.
미국 중간선거-트럼프 反이민 쟁점화(PG)[이태호, 정연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 사진 AP, EPA
반면 공화당은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더욱 공고히 다지면서 트럼프 행정부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NBC는 공화당이 상원에서 종전보다 3석 늘어난 54석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고, CNN과 NYT는 이 시각 현재 공화당이 51석을 확보해 45석의 민주당을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를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로 규정하고 ‘상원 수성’에 총력전을 편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선방’했다는 평가도 가능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밤 트위터를 통해 “오늘 밤 굉장한 성공을 거뒀다”며 승리를 자처했고, 후속 트윗에서 “현역 대통령(의 정당)이 상원에서 의석을 늘린 것은 지난 105년간 5번에 불과하다. 이것은 전부 트럼프의 마법이며, 트럼프는 마법을 부리는 사람”이라는 작가 벤 스타인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을 띄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다음 날인 7일 오전 11시 30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이 공지했다.
실제로 공화당이 격전지였던 인디애나, 미주리, 노스다코타, 테네시, 텍사스 상원 선거에서 다 이긴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 덕분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트럼프 “오늘밤 굉장한 성공”…중간선거 결과에 만족감(클리블랜드<미 오하이오주>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가 열린 6일(현지시간) 밤 트위터를 통해 “오늘 밤 굉장한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지킨 데 대한 만족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들은 공화당이 상원을 계속 장악하는 대신 하원은 민주당에 내어줄 것으로 일제히 예측했다. 사진은 트럼프가 전날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유세장에서 연설하는 공화당 주지사 후보 마이크 드와인 주 검찰총장 곁에 서 있는 모습.
다만 기존 민주당 의석이었던 26개 상원 선거구 중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곳이 무려 10곳에 달해, 민주당으로선 ‘수성’도 힘에 부칠 것이라는 관측이 일찌감치 나왔던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원의 주인이 되고,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는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 체제가 탄생하게 됐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원만히 타협하며 국정을 운영하기보다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향후 2년 동안 거친 파열음을 내며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머지 상원 경합지역 가운데 공화당 릭 스콧 후보가 민주당 현역 의원 빌 넬슨을 불과 0.4%포인트 앞선 플로리다는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총 50명 중 36명을 새로 뽑는 주지사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근소하게 앞설 것으로 관측됐다. 현역 주지사 36명 가운데 26명이 공화당, 9명이 민주당, 1명이 무소속이다.
NYT는 지금보다 민주당 주지사가 7명 늘고, 공화당 주지사가 같은 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ABC방송은 민주당 의석이 4석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WSJ은 민주당이 캔자스, 일리노이, 미시간, 미네소타 등 다수의 주요 지역 주지사를 차지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투표해서 남주니?'(불더<미 콜로라도주> AFP=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일인 6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불더 소재 콜로라도대학 교정에서 서커스 키다리 광대 외모를 한 남녀가 학생들에게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미 언론들은 민주당이 하원에서, 공화당이 상원에서 승리를 거둔 것으로 예측했다.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를 장악하고 있는 현 구도가 깨지는 것으로, 민주당으로서는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다수당 지위를 내준 이후 8년만에 다시 하원을 탈환하게 됐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최대 접전지역 두 곳은 모두 공화당의 품에 안길 것으로 전망됐다.
조지아에서는 흑인 여성 최초의 주지사에 도전한 민주당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후보가 공화당의 브라이언 켐프 후보에게 석패할 것으로 예측됐다.
CNN에 따르면 개표가 99% 진행된 가운데 켐프 후보가 50.4%의 득표율로 48.6%를 기록한 에이브럼스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리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을 등에 업은 ‘친(親) 트럼프’ 성향인 공화당의 론 드샌티스 후보가 흑인 최초의 플로리다 주지사를 노렸던 앤드루 길럼 탤러해시 시장을 접전 끝에 눌렀다.
<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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