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EB-5 최소 투자금액 90만 달러로 인상
규제 강화 전에 막차 타려는 한국 이민신청자 급증
작년 한국 투자이민 발급…올해 더 늘어날 듯
한국에서 10년 넘게 대기업에서 일하며 두 자녀를 키웠던 박(45)모씨는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올해 초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다음 달 미국 투자이민(EB-5)의 최소 투자금액이 90만 달러로 오르기 전에 이민을 결심한 것이다.
박씨는 “예전부터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이민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투자이민 금액이 인상된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행을 결심하게 됐다”며 “이번이 아니면 우리아이들을 더 좋은 교육환경에서 키울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박함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이모(25)씨는 최근 불안한 한국 경제상황 때문에 투자이민을 고려하고 있는 케이스. 이씨는 “한국에서 대학 나와봐야 미래가 뻔하기 때문에 그동안 미국유학을 준비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으로 미국 취업이민 문턱이 높아져 취업이민을 생각하게 됐다”며 “부모님에게는 다음 달이면 미국 투자이민 금액도 올라가니 보다 저렴하게 미래 유산을 물려준다 생각하고 미국 영주권을 따게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미국 투자이민(EB-5)의 막차를 타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국토안보부가 지난 7월 “11월부터 투자이민 최소투자액을 두 배 가까이 올린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규제 강화 이전에 투자이민을 신청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다음 달 21일부터 시행되는 이 규정은 최소 투자금액을 간접투자의 경우 50만 달러에서 90만 달러로, 직접 투자는 100만 달러에서 180만 달러로 인상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특히 미국 투자이민 투자금액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가장 저렴한 것도 미국행 투자이민이 한국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중 하다. 실제 미국 투자이민 금액 50만 달러(환화 6억1,000만원)는 영국 200만 파운드(약 30억), 호주 500만 호주달러(약 40억), 뉴질랜드 1,000만 뉴질랜드달러(약 76억) 등과 비교해 몇 배 이상 저렴하다.
한국인의 미국 투자이민은 실제 통계자료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연방국무부 비자 발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이민 비자를 발급받은 한국인은 1년 전보다 배이상 늘어난 531명이다. 한국은 중국과 베트남, 인도에 이어 투자이민 발급 국가 4위다. 올해 투자이민 비자 발급 역시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투자이민 전문가는 “이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미국행이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며 “최근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투자이민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미국 투자이민 설명회장에는 일요일 이른 아침 시간대 임에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주최측이 마련한 100여 개 좌석도 금세 동났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 제주 등에서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투자이민 요건과 절차 등 설명에 귀를 쫑긋 세웠다.
한 70대 자산가는 “열심히 돈도 벌고 세금도 잘 냈지만 한국사회는 점점 돈 있는 사람을 홀대하는 것 같다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며 “또 우리나라에서 수십억을 물려주려면 50%의 세금을 내야하지만 미국에서는 상속세 면세 한도가 1,200만 달러로 세금부담도 적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조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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