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코로나·이민 이슈 두고 표심 경쟁
“바이든 행정부 상·하원 과반 상황 유지에 신경”
미 백악관은 28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 제품 구매) 정책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바이 아메리칸은 6000억달러(약 690조원) 규모에 달하는 미 연방 정부의 제품 구매·조달 시장에서 미국산 비율을 확대하는 정책으로 바이든은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2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날 백악관은 지난 6개월간 실행한 것보다 훨씬 강력하게 이 정책을 밀어붙이겠다고 선언했다. 백악관은 “지금까지 특정 상품의 부품 중 55% 이상이 미국산일 경우 연방 정부 조달 대상에 포함됐지만, 이 기준을 60%로 높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2024년에는 이 기준을 65%, 2029년엔 75%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 강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 전략이었다. 트럼프 전략을 모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데도 바이든이 ‘바이 아메리칸’ 기치를 더욱 높이 든 것은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블루칼라’ 표심(票心)을 선점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 정가에선 “대선은 끝났지만 바이든과 트럼프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BC방송은 “백악관은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는 과반(過半) 상황을 계속하는 데 신경을 쏟고 있다”고 했다.
내년 선거도 지난 두 번의 대선과 마찬가지로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러스트벨트(북동부의 쇠락한 공업 지역)’가 승패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등에 대해 “일자리를 파괴하는 끔찍한 협정”이라고 비판하면서 백인 노동자들 지지를 이끌어냈고, 2016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이런 상황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취임 직후 각종 정책에서 ‘트럼프 지우기’에 집중했던 바이든이 경제 분야만큼은 트럼프 전략을 따라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한 대형 트럭 공장을 방문해 “미국 경제를 노동자 계급을 위한 방향으로 재건하겠다”고 했다. AP통신은 “(바이든 집권 이후) 그동안 공화당 쪽으로 옮겨간 지지층을 겨냥한 메시지”라고 했다.
코로나·백신을 놓고도 양보 없는 격전이 벌어진다. 텍사스·플로리다·애리조나·아칸소 등의 공화당 주지사들은 전날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도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 데 대해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연방 정부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CDC 지침은) 팬데믹이 영원하길 바라는 진보 당국자들이 만들어낸 결정”이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매카시 대표는) 완전 멍청이(moron)”라고 했다.
‘비판적 인종 이론(CRT)’ 논란도 양측이 부딪치는 접전 영역이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확산하는 CRT는 인종차별은 개인의 편견 때문이 아니라 백인 우월주의에 뿌리를 둔 각종 법과 제도, 기관 등 구조적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공화당은 “반(反)백인 정서, 증오심을 부추기는 왜곡된 이론”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중도층 조차도 ‘백인들은 기본적으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민주당 일각의 극단적인 주장엔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은 인종차별 국가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다음 선거에서 공화당의 ‘주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민 정책을 놓고도 치열한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의 친(親)이민 정책에 대해 “불법 이민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CNN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멕시코 국경에서 체포된 불법 이민자 수가 100만명이 넘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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