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국, 비윤리적 마구잡이 혼인비자발급…10년간 8,000여건
부모 영주권 취득 방편 성 착취 악용 논란도
70대 시민권자 남성이 해외에 거주하는 10대 소녀와 결혼했다며 배우자초청 이민비자 신청서(I-130)를 냈다. 50대 남성은 13세 소녀가 자신과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라며 약혼자비자 신청서(I-129F)를 제출했다. 이들이 낸 배우자 또는 약혼자 초청 비자신청은 과연 어떻게 처리됐을까.
이민 당국은 70대 남성이 초청한 10대 소녀 배우자와 50대 시민권자와 약혼한 13세 소녀 등 두 사람에게 결혼 이민비자와 약혼자비자를 발급해줬다. 18세 미만 미성년자와의 결혼이나 약혼이 미국 법이 허용하는 합법적인 결혼이라는 이유때문이다.
이민당국이 지난 10년간 8,000여건이 넘는 미 시민권자와 해외 미성년 배우자와의 혼인이나 약혼비자를 승인해왔던 것으로 밝혀져 여성 및 인권단체들이 미국의 이중성을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해외에서 미성년 아동 결혼을 비윤리적이라며 비난해온 미국이 정작 국내에서는 아동결혼을 조장하는 이중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연방 상원 국토안보위원회가 지난 11일 작성, 발표한 ‘미국 이민법 시스템의 아동결혼 조장 보고서’에 따르면, 연방 이민당국이 지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미 시민권자가 미성년 배우자 초청을 위해 신청한 이민비자 7,083건을 승인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기간 이민당국은 미국인이 신청한 미성년 약혼자 초청비자 1,603건을 승인, 발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성년 아동결혼에 반대하는 여성단체 ‘언체인드 앳 래스트’ 프래이디 라이스 대표는 “여전히 수천여명의 미성년 아동들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미국 남성들의 신부나 약혼녀로 미국에 오고 있다”며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사실상 미국 정부가 ‘아동결혼’(Child Marriage)를 조장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라이스 대표는 또, “아동결혼을 제한하지 않고 있는 연방 이민법의 맹점으로 인해 비인도적인 미성년 소녀 이민초청이 중단되지 않고 있다”며 연방 의회에 이민법 개정을 요구했다.
상원 국토안보위원회가 발표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민당국은 71세 미국 남성이 17세 소녀 배우자를 초청한 이민비자를 승인했고, 68세 남성의 16세 신부 초청비자도 발급해줬다. 심지어 13세 소녀 신부와 결혼한 55세 미국 남성의 이민비자 신청도 접수됐다.
AHA 파운데이션의 아만다 파커 수석국장은 “50살 이상 연령차이가 나는 미성년 신부의 결혼 초청비자가 승인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여성 및 인권 단체들은 미성년 신부를 이민 초청한 사례들 중에는 영주권을 목적으로 부모가 강요한 결혼이나 인신매매에 가까운 결혼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일보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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