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주택 도시 개발국’(HUD)이 서류 미비자에 대한 주거비 보조 중단 발의안을 추진중이다. 사진은 벤 카슨 HUD국장(가운데) 최근 아이다호 주를 방문한 모습. [AP]
트럼프 정부 개정안 추진으로‘홈리스 전락’불안감 고조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주거비 보조 프로그램 개정 발의안을 둘러싼 우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개정 발의안이 시행될 경우 서류 미비자 가족이 1명이라도 포함된 ‘신분 혼합’(Mixed-Status) 가구는 주거비 보조 프로그램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다. 제외 대상 가구가 주거비 보조금을 받으려면 서류 미비자 가족과 따로 거주하는 방법밖에 없다. 제외 대상 가구 중 상당수가 어린 시민권자 자녀를 둔 서류 미비자 부모로 주거비 보조금이 중단될 경우 자칫 이들 가구가 하루아침에 거리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시민권자 자녀 둔 서류 미비 부모가 주 타깃
개정 발의안은 지난 7월 이미 ‘국민 의견 수렴 과정’(National Public Comment Period)을 마친 상태다. 벤 카슨 ‘연방 주택 도시 개발국’(HUD) 국장은 발의안이 처음 소개된 지난 5월 주거비 보조 프로그램을 받기 위한 대기 기간 지연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방안이라며 개정 발의안의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주거 정책 전문가들과 소비자 권익 단체들은 개정 발의안이 시행되면 정부가 기대한 결과와 달리 가뜩이나 높은 노숙자 비율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HUD의 분석에 따르면 개정 발의안이 시행될 경우 약 10만 8,000명의 서류 미비자가 보조 프로그램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추산된다.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 정책을 지지하는 비영리단체 ‘공공 주택 권익 위원회’(CLPHA: Council of Large Public Housing Authorities)는 제외 대상 중 서류 미비자 부모를 둔 미국 시민권자 아동이 약 5만 5,000명으로 주거 보조금이 중단될 경우 부모와 생이별을 해야 하거나 부모와 함께 다른 거주지를 알아봐야 할 딱한 사정에 처할 수밖에 없다. 현재 주거비 보조 프로그램 수혜자 대부분은 저소득층으로 다른 거주지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아 자녀와 함께 노숙자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 아들과 함께 거리에 나앉을 판
LA에 거주 중이 캐리 토레스도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 아들을 둔 서류 미비자로 개정 발의안 시행에 대한 걱정으로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싱글 맘인 토레스는 “새 규정이 시행되면 나와 아들은 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다”라며 “주거비 보조 없이는 LA 지역의 살인적인 임대료를 감당할 방법이 없다”라고 톰슨 로이터 재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하소연했다.
토레스는 보조금이 중단되더라도 아들과는 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우선 임시로 친구 집에서 머물 계획이지만 얼마나 오랫동안 신세를 질 수 있을지 생각하면 벌써부터 눈앞이 깜깜하다. 현재 토레스의 친구들과 지인들 중에도 토레스와 비슷한 상황의 서류 미비자들이 상당수로 개정 발의안이 시행되면 대부분 노숙자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있다.
사상 최악의 주택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LA와 같은 대도시는 개정 발의안이 시행될 경우 가뜩이나 심각한 노숙자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LA 소재 커뮤니티 개발 단체 ‘서부 재개발을 위해 조직된 사람들’(People Organized for Westside Renewal)의 빌 프리질럭키 관계자는 “현재 전국적으로 노숙자는 수만 명에 이르고 개정 발의안이 시행되면 노숙자 수는 현재보다 약 20% 늘어날 것”이라며 “보조금 제외 대상자들은 신분 문제로 취업 전망이 불투명한 취약 계층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 서류 미비자 포함 가구 제외
현재 시행 중인 주거비 보조 프로그램도 서류 미비자를 수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대신 서류 미비자 가족이 포함된 가구일지라도 수혜 대상 가족이 포함됐을 경우 해당 가족 수 대로 분할해서 보조금이 지급된다. 그러나 개정 발의안이 시행되면 보조금 분할 지급 방식 대신 서류 미비자 가족이 1명이라도 포함된 가구는 아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다.
카슨 국장은 지난 5월 의회에 출석해 현행 보조금 지급 방식이 불법 체류자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가도록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카슨 국장은 또 개정 발의안 시행으로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더라도 새 거주지를 찾을 수 있도록 약 18개월간 유예 기간이 주어진다고도 설명했다.
◇ 반대 의견 절대다수
약 2개월간 실시된 국민 의견 수렴 기간 동안 무려 약 3만 건에 달하는 의견이 접수됐다. 프리즐럭키 관계자에 따르면 주거 정책과 관련된 의견으로 예외적으로 많은 의견이 접수됐고 약 90%에 해당하는 의견이 개정 발의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 일색이었다. 민주당 측이 제출한 반대 발의안 여러 건이 현재 의회에 계류 중으로 통과될 경우 개정 발의안 시행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CLPHA의 수니아 제이터맨 최고 디렉터는 “주택 대란 상황이 심각하다는 합의점에 도달했다”라며 “주거비 보조금 대기 지연 원인은 서류 미비자 가구가 아니라 주택 재고 부족으로 인한 사상 최악의 주택난”이라고 강조했다. 수니아 디렉터는 또 “개정 발의안과 관련,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고 주택 당국도 이점에 대해서 매우 우려하고 있다”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 시행까지 수개월, 그러나 불안감은 이미 고조
개정 발의안 시행을 위한 다음 절차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관할 기관인 HUD가 의견 수렴 기간 동안 제출된 의견에 일일이 답변을 해야 하는데 통상 답변 절차에 수개월이 걸린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합법 체류자라도 주거비 보조를 포함, 각종 정부 혜택을 수여받은 이민자의 시민권 발급 절차를 오는 10월부터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이민자 사회의 불안감은 이미 커지고 있다.
이민 정책 관련 압력 단체 ‘전국 이민 포럼’(National Immigration Forum)의 알리 누라니 최고 디렉터는 “개정 발의안이 시행되면 이민국 직원들에게 합법적으로 정부 보조 프로그램을 신청한 이민자들까지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일보 준 최 객원 기자>
주거비 보조 프로그램에서 서류 미비자를 제외하는 발의안이 시행되면 홈 리스가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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