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이유 없이 승인 단계서 적체 답답해 소송제기도
갈수록 이민 케이스 적체로 인한 이민수속 지연이 심화되면서 이민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거나 고려하는 한인 이민 신청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영주권을 취득한 한인 이모씨는 지난 3년간의 기다림이 끔찍하기만 하다. 취업 영주권을 신청해 가족이민(I-130) 청원서까지 승인된 후 2017년 5월 영주권 신청서(I-485)를 접수한 뒤 3개월 뒤인 8월 인터뷰까지 무사히 마쳤지만 2년 가까이 아무런 이유 없이 영주권이 승인되지 못했던 것.
이씨는 “간혹 동명이인 가운데 범죄기록이 있는 경우로 인해 미연방수사국(FBI)의 신원조회가 오래걸 수 있다고 하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2년 가까이 케이스가 승인이 되지 않아 너무 답답했다”며 “I-485 신청서 접수 후 1년 뒤에 케이스가 승인되지 않아 지역 및 연방 정치인 사무실에서도 청원서를 제출했으나 별 다른 소용이 없었다. 행정소송을 검토하던 중 기적적으로 승인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인 이씨의 케이스처럼 영주권 승인 직전 단계에서 아무런 이유없이 계류돼 행정소송을 검토하거나 실제로 소송을 제기하는 한인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 이민 변호사들에 따르면 이와 같이 I-485 접수 후 영주권이 승인이 수년간 계류되어 변호사 사무실에 문의를 해오는 한인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한인 전모씨의 경우 지난 1월 연방 뉴욕남부지법에 연방이민서비스국(USCIS)와 국토안보부(DHS) 등 관련 부처를 상대로 경우 2015년 4월 가족이민(I-130) 청원서와 영주권 신청서(I-485)를 접수한 후 대면 인터뷰까지 했지만 4년 가까이 영주권을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전씨는 소장에서 “면접관이 90일간 케이스 검토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는데 아무 소식이 없어 USCIS에 수차례 전화와 서면으로 케이스 업데이트를 요구한 후에야 2016년 10월 텍사스 서비스센터로 이관, 두 달 후 다시 미주리 서비스센터로 옮겨졌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소장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 2017년 1월 뉴욕에서 다시 I-130/I-485 인터뷰를 마쳤으나, 2개월 뒤 케이스는 다시 네브라스카 서비스센터로 이관됐다. 전씨는 “그동안 그레이스 맹 연방하원의원 등 지역 정치인들까지 동원해 USCIS에 케이스 진행을 촉구했지만 아직까지 영주권 승인이 계류중이다”고 하소연했다.
한 스폰서 업체에서 취업이민(I-140) 청원서까지 승인받은 후 한국에 나가 1년 넘게 영주권을 기다리고 있는 문모씨도 USCIS와 주한 미국대사관 등을 상대로 지난 1월 소송을 제기했다.
문씨는 소장에서 “USCIS에서 I-140 승인을 받은 후 2018년 6월 서울에 있는 미 대사관에서 관련 인터뷰까지 마쳤는데 케이스가 특별한 이유없이 USCIS 텍사스 서비스센터로 이관됐다는 소식을 들은 후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 5월 이민국에 투자이민(I-526) 신청서를 접수한 이모씨도 연방 법원 워싱턴 DC지법에 제출한 소장에서 “이민국은 I-526 평균 처리기간이 20.5~27개월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나는 33개월15일이나 대기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및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빨리 케이스를 처리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인 이민 변호사들은 영주권이 최종 승인 단계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수년가까이 장기간 계류됐을 경우 이민국 등 관계부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인 직무집행 영장소송(Writ of Mandamus)을 제기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으나, 소장 작 성시 작은 실수가 있을 경우 오히려 비용 및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이민법 전문 변호사는 “아무런 이유 없이 케이스가 승인되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을 고려해 볼 수 있으며, 그동안 이민국에 보낸 질의서, 관할지역 연방의원의 독촉 편지사본, 옴부즈맨에 공식적으로 접수된 기록 등 진행을 위해 노력한 증거가 확실하게 첨부돼야 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해도 거절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일단 수만달러에 달하는 비용적인 부담도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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