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체류·세금문제 곤욕 작년 분기당 500명 육박
출입국 심사와 해외재산 신고 강화 등으로 인해 영주권을 포기하는 한인들이 한 해 2,000여명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녀를 보기 위해 LA를 찾은 한인 손모씨. 그녀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영주권을 소지했으나 까다로운 출입국 심사로 인해 영주권을 포기한 뒤 무비자 프로그램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있다. 손씨는 “남편이 주재원으로 미국에 있을 당시 아이들 학교 문제가 있어 영주권을 취득했으나 한국 내 장기체류 후 미국 출입국 때 매번 문제가 돼 영주권을 자진해서 포기했다”며 “매번 미국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몇 시간씩 고생하는 것도 번거롭고 시민권을 취득한 딸 아이가 나중에 다시 초청을 할 수 있어 큰 불편은 없다”고 말했다.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이 최근 발표한 2018회계연도 4분 국가별 영주권 포기자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영주권을 포기한 한국인수는 523명으로 영국(577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주권을 포기한 한인은 지난 3분기 480명, 2분기 492명 등으로 나타나 분기당 500명에 가까운 한인을 영주권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2,000명에 육박하는 한인들이 힘들게 받은 영주권을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한인 이민법 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영주권 취득 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인들 가운데 입국 심사에서 곤욕을 치르거나 세금문제와 연결돼 영주권을 포기하는 문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경희 변호사는 “영주권을 취득할 경우 기본적으로 1년을 기준으로 평균적으로 6개월 이상 미국에 체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하지만 한국에 사업체 및 기반을 둔 한인들 가운데 미국에서 자녀들 때문에 영주권을 취득한 경우 입국심사와 각종 세금문제가 골치 아파 영주권을 자진으로 포기하는 한인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민법 변호사들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영주권자들은 해외에서 1년 이상 체류하고 귀국할 경우 반드시 미리 발급받은 ‘재입국 허가서’를 이민국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재입국 허가서를 발급 받은 경우라도 1년 이상 장기간 해외에 체류한 뒤 재입국할 경우 2차 심사대로 넘겨지는 경우가 많으며 미국에서의 거주와 관련한 제반 활동 및 유대관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또 해외에 6개월 동안만 머물렀어도 직장이나 주요 주소지가 외국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영주권을 상실할 수도 있으며, 1년 가운데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체류할 경우 이민국은 영주권을 포기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의심’ 받을 수 있는 등 강화된 입국심사로 인해 영주권자들의 자발적 포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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