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곳 지원 인터뷰 없어
유학생 취업비자 중단에 “돌아가야 하나” 전전긍긍
올해 대학을 졸업한 한인 이모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며 이메일 확인만 한다. 지난 학기 50개가 넘는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고 지원 동기를 밝히는 커버레터를 작성하느라 엄청난 시간을 할애했지만 한 군데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더 이상 지원할 회사도 찾을 수 없다는 그는 인터뷰 기회라도 한번 얻었으면 좋겠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코로나 세대’라 불리는 올해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 세대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불러온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허덕이는 1990년대생 젊은 층을 가리킨다. 통상 인문사회 계열보다 취업 성적이 좋은 이공계 졸업생들마저 여느 해와 크게 다른 상황이다. 하물며 합격 통지를 받았던 회사에서 채용 취소가 날아오는 경우가 빈번해 취업준비생들의 현실은 절박하기만 하다.
UC 버클리 기계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유학생 김모씨는 지난 3월 초 취업한 회사에서 채용 취소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채용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였다. 스템(STEP) 전공이라 OPT 연장을 했지만 90일 내 취업이 되지 않으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형편이라 구직 활동을 다시 시작했지만 인턴 경력으로 지원할 만한 업체가 드물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대학 졸업생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직한 1~2년차 경력자들과도 경쟁해야하는 상황이다. 소프트웨어업체의 개발팀 막내로 일하다가 코로나 때문에 권고사직 당한 박모씨는 “꿈에 그리던 개발팀에서 일할 수 있어 너무나 기뻤는데 4월말 회사에서 정리해고됐다”며 학자금 융자 상환도 해야해서 심리적인 압박감이 너무 심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한 고용 충격은 체류 신분이 해결되어야 하는 유학생들 입장에서 이중고로 다가온다. IT기업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된 한인 여성 정모씨는 H-1B 취업비자 비자 수속을 준비하다가 OPT가 만료되는 통에 최근 한국으로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로터리 당첨 통보를 받고 안도했지만 올해 말까지 취업비자 발급 중단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막막함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부랴부랴 한국에서 취업을 알아보고 있지만 코로나19가 바꾼 자신의 미래가 한탄스럽기만 하다.
코로나19 감염보다 취업 걱정이 앞선다는 졸업생을 위해 대학마다 담당교수와 취업 카운슬러들이 온라인 상담을 하는 등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UCLA 커리어 센터는 코로나 시대 취업을 위한 팁으로 인터넷을 통한 구직, 온라인 인터뷰 성공법, 채용 취소 통지에 대한 대응책 등을 안내한다.
칼스테이트 롱비치 김선욱 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체적으로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며 “졸업생들 입장에서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커리어를 갖고 프로페셔널로 전환해야 하는데 코로나 사태로 신입사원 채용규모가 감소해 학생들이 심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과 카운슬러 한수웅 박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으로 젊은 층의 알콜, 약 중독, 우울과 불안이 심해지고 있다”며 “올 가을이나 내년을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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