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 공포 병원 못가고 도움 청할 곳도 없어
76% 실직·57% 임금 삭감… 10명 중 3명 당장 렌트비 없어
“이민 신분 관계없이 현금지원·메디케이드 혜택 확대해야”
뉴저지에 사는 불법체류 상태의 63세 여성 루시아(가명)는 지난주 27년간 함께 살았던 애인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역시 불체자인 루시아의 애인은 극심한 숨가쁨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이 심해 두 차례나 병원으로 갔지만, 그 때마다 치료를 받지 못하고 퇴원 조치돼 결국 집에서 투병하다가 끝내 숨졌다.
루시아 역시 코로나19에 감염돼 폐 손상과 합병증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건강보험이 없어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집 안에만 있다. 직업도 수입도 없는 루시아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있는 불체자들의 비참한 삶의 한 단면이다. 이민자 옹호 비영리기관 ‘메이크 더 로드 뉴저지’는 뉴저지 24개 도시의 226명의 불체자를 조사해 코로나19로 인해 극심한 위기에 빠져 있는 불체자들의 실상을 보고서로 정리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불체자의 76%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직장을 잃었고, 일을 하고 있는 이들 중에서도 57%는 근무시간이 줄어 임금이 삭감됐다.
불체자 10명 중 3명은 당장 렌트비가 없고, 86%는 다음달 렌트비를 낼 수 없는 형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불체자는 주정부가 코로나19 비상 기간동안 퇴거 조치를 금지했음에도 집 주인에게 협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설문 응답자의 약 절반은 본인 또는 가족이나 친지가 아픈 상황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설문에 응한 불체자의 85%는 건강보험이 없고, 만약 병원으로 갔을 때 신분 때문에 추방 위기에 몰리거나 불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메이크 더 로드 뉴저지’는 “코로나19 위기가 극심하지만 불체자들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해 비참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 기관은 필 머피 주지사에서 실업수당 신청을 할 수 없는 불체자들에게 주당 600달러 현금 지원을 요청했고, 머피 주지사는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또 기관은 연방정부에 납세자번호로 소득세 신고를 하는 이들을 포함해 모든 납세자에게 월 2,000달러 현금 지원과 코로나19 검사 및 치료에 대한 메디케이드 혜택을 이민 신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일보 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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