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채팅·사진 내용 꼬치꼬치 캐물어 걸핏하면 2차 심사
지난주 워싱턴 DC를 방문한 20대 한인 여성 김모씨는 공항 입국심사 과정에서 입국심사관으로부터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의 사진까지 공개할 것을 요구받는 등 매우 불쾌한 경험을 했다.
김씨는 입국심사관과 간단한 인터뷰를 거친 뒤 2차 검색대로 넘겨져 한참을 기다린 끝에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 소속 한인 심사관으로부터 인스타그램과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계정 뿐만 아니라 사진첩과 동영상까지 모두 공개할 것을 요구받아 자신의 사생활이 담긴 내용들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CBP 요원은 채팅창을 하나하나 열며 대화 상대와의 관계 등 사적인 부분까지 상세히 추궁하는 것은 물론, 파티 장면 등 다소 화려하게 보이는 사진을 두고 유흥업소 종사자 여부를 캐물어 김씨는 이를 해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김씨는 “비자 신청은 누가 대신 해줬는지, 항공권은 누가 결제해줬는지 등을 질문하며 이미 ‘원정 성매매 여성’으로 몰아가는 심사관의 태도에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꼈다”며 “자칫 잘못 대답했다간 미국까지 와서 다시 귀국당할 수 있다는 걱정에 입국 심사관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었고, 굴욕적인 저자세로 해명해야 했다”고 불쾌감을 토로했다.
지난해부터 미국 입국시 카카오톡 등 셀폰 메시지나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물 내용 등 시시콜콜한 사행활 내용까지 따져묻는 엄격한 입국심사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입국심사관들이 특히, 20대와 30대 등 젊은 한인 여성들을 잠재적인 성매매 종사자로 의심해 표적 심사를 벌이고 있어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연방 국무부가 이미 지난 5월부터 이민 및 비이민비자 신청자들에 SNS 정보 수집을 대폭 강화한 가운데 연방 국토안보부도 내년부터 미 입국자들과 영주권 신청 등 체류신분 변경과 시민권 신청자들에 대해 SNS 정보 제출이 의무화된다.
이민법 변호사들은 현재 미국 입국 심사과정에서 국토안보부 소속 심사관들의 경우 국가 안보를 이유로 압수수색영장 없이 전자장치(노트북, 셀폰 등)를 압수해 SNS 등 사적인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경희 이민 변호사는 “입국 심사관의 경우 국가 안보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입국 목적이 다소 의심스럽다고 판단될 경우 동의 없이 SNS 등 개인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다”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이민·입국심사 강화 방침에 따른 것으로 이미 지난 5월31일부터 미 비자(DS-160)를 신청할 때 SNS 계정을 제출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특히 미국을 정기적으로 자주 방문하는 젊은 한인 여성들의 경우 뚜렷한 입국목적이 없을 경우 2차 심사대로 넘겨져 고강도의 조사를 받을 수 있다”라며 “과도한 화장, 짧은 치마, 화려한 복장 등이 주로 2차 심사의 대상이 심사관에게 최대한 협조해야 번거로운 일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민 변호사들에 따르면, 최근 입국심사관들은 체류 목적이 의심스러울 경우 개인 셀폰에 저장된 카카오톡이나 SNS 대화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어 개인셀폰에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대화내용을 저장하지 않아야 한다. 또, 단순 관광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경우 입국심사관에서 방문목적, 정확한 체류지, 연락처, 방문일정 등을 밝혀야 하며 허위 진술이 드러나면 입국이 거부되거나 자진출국을 요구받을 수 있다.
<한국일보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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