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강세에 1,270원도 돌파, 상승 지속 전망
“이러다가 원·달러 환율 1,300원 되는 거 아니야?”
원·달러 환율이 25개월 만에 1달러당 1,270원을 돌파했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72.5원에 마감했다. 이번 주에 들어서만 33.4원이나 급등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빅스텝’이 기정사실화되고 장기화되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겹쳐 악재로 작용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250원대를 가뿐히 넘어서 1,270원대를 돌파해 단기적으로 1,300원 선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환율 변동에 민감한 한인 경제에 온탕과 냉탕이 혼재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달러 강세 지속에 1,300원도 가능
원·달러 환율이 1,270원대로 올라선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19일 1,285.7원이 이후 2년1개월 만이다. 환율은 지난 26일 1,50선이 뚫린 뒤로 27일과 28일 양일 동안 20원 넘게 가파르게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 급등의 배경에는 연준의 강력한 긴축 기조와 급격한 금리 인상 전망,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여기에 전 세계의 물가 상승세 지속 등이 자리잡고 있는 분석이다.
한인들의 관심은 원·달러 환율의 1,300원선 돌파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한국 외환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하락 요인이 없는데다 연일 환율 상승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1,300원까지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화 강세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다음 주에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점으로 달러화 강세 상황의 지속 여부가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환율 상승이 두려운 유학생·기업들
원·달러 환율 급등은 한국에서 학자금과 생활비를 송금 받고 있는 유학생들에겐 직격탄이나 마찬가지다. USC에서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김모씨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환율 시세를 들여다본다고 했다. 김씨는 “한국에서 부모님이 매달 생활비 3,500달러를 송금해 주는데 환율이 급등하면서 지난해 말보다 60만원 이상이 더 들어 부모님에게 미안하다”며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학업에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LA에 주재하는 지상사나 지방자치단체 사무소 직원들도 운영 경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환율 기준으로 짜인 예산이다 보니 환율 급등으로 예산이 삭감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국적 항공사들도 원·달러 환율 급등에 안절부절이다. 항공유 등 원자재 가격 부담이 크고, 항공기 도입을 위해 외화부채가 많은 항공사는 원화 약세로 인해 원가 부담도 커지고 원화 환산 부채도 늘어나 재무구조가 악화되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64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르는 환율이 반가운 여행·수입업계
당장 한국 여행에 나서는 한인들은 원·달러 환율 급등세의 최대 수혜자다. 달러 강세로 원화로 환전하면 예전에 비해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는 소위 ‘환율 약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달러를 한국으로 송금하는 한인들도 고환율의 혜택을 톡톡히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식품, 의류, 원단, 서적, 문구류, 잡화 등을 들여 오는 한인 수입업체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지불해야 하는 가격 부담이 줄어들어 구매력이 늘어나는 혜택을 볼 수 있어 내심 고환율을 반기는 눈치다.
한 한인 식품업체 업주는 “달러 강세가 유지되면 지불 금액이 줄면서 그만큼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라며 “하지만 해운 운임이 높고 물건도 제때 공급 받지 못해 환율 혜택이 상쇄되는 것은 아쉽다”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남상욱 기자>
원·달러 환율이 1,270원대를 돌파하자 한인 경제에 환율 급등에 따른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8일 서울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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