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회 법안소위 통과
“피해 사유 정당할 때만 심의위원회서 별도 구제”
한국 국적법의 ‘선천적 복수국적자 국적이탈 제한’ 조항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한인 2세들의 국적이탈 신고 기한을 연장해주는 내용의 국적법 개정안이 최근 한국 국회 법사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미국에서 태어나 자동으로 복수국적자가 된 미주 한인 2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국적법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어서 또 다시 ‘땜빵’ 개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법사위 법안소위가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통과시킨 국적법 일부 개정안은 ▲선천적 복수국적으로 인해 외국에서 직업 선택에 제한이나 불이익이 있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국적이탈 신고 기간이 지난 후에도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심사할 별도의 국적심의위원회도 두기로 하는 2가지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외국 출생자나 한국에서 출생한 후 6세 이전에 외국으로 영구 이주한 사람이 만 18세가 되는 해 3월말까지 국적이탈을 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신설되는 국적심의위원회에서 구제 여부를 심의해 국적이탈을 승인해 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한국 국적법의 선천적 복수국적자 만 18세 이후 국적이탈 불허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국회가 올해 9월30일까지 반드시 개정입법안을 통과시키도록 결정한데 따라 마련된 것으로, 이날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법무부 입법예고안과 조응천 의원 발의안이 통합 조정돼 통과됐다. 개정안은 오는 29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30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그러나 개정안이 선천적 복수국적법 조항에 발목이 잡혀 피해를 보는 한인 2세들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 올해 9월30일까지 이를 고치지 않으면 10월1일부터는 그 조항 자체가 무효화되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개정안을 내놓기는 했는데, 피해 해당자들을 개별적으로 심사해 구제해주겠다는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고 있어 포괄적인 문제 해결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주 한인 전문가들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한국 호적에 올라가 있고 해외에서 오래 거주했을 경우 언제든 간단한 절차를 통해 국적이탈을 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선천적 복수국적법 문제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이끌어냈던 전종준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또 다시 허가를 받아 국적이탈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특히 한인 2세 피해자들의 경우 공직 진출을 위한 인터뷰나 신원조회서에 복수국적자인지 여부를 당장 표시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 많은데, 절차가 복잡하고 처리 기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침해된 권리를 구제하는데 실질적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전 변호사는 또 “국적이탈 의무를 알지 못한 경우와 재외공관 방문의 어려움, 한국법과 언어의 장벽으로 이탈 신고를 못하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헌재와 법무부는 아직도 부모의 이혼, 배우자 사망 및 외국인 부나 모 등의 경우 국적이탈이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을 무시하고 있어 위헌의 소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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