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불법 입국, 약 30년간 삶의 터전을 일구며 살아온 멕시코계 남성이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국적지 멕시코로 추방됐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인근에서 조경관리원으로 일하며 단란한 가정을 꾸려온 호르헤 가르시아(39)는 전날 디트로이트 메트로폴리탄 공항을 통해 29년 전 떠나온 멕시코로 강제 송환됐다.
공항에는 가르시아의 아내와 두 자녀(12·15세), 이민자 권리옹호단체 ‘미시간 유나이티드(MU)’ 회원 등이 나와 눈물의 배웅을 했다.
가족들은 가르시아가 15년 전 미국 시민권자인 아내를 만나 결혼했고, 2005년부터 합법적 체류신분을 얻기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으나 이것이 외려 추방으로 귀결됐다고 밝혔다.
가르시아는 2009년 이민법정에서 추방 판결을 받았지만, 범법 행위 없이 꼬박꼬박 세금을 납부하면서 집행유예 연장 승인을 얻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이민세관단속국(ICE)으로부터 “즉시 미국을 떠나지 않으면 구속 조치하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가족들의 청원으로 추방 날짜가 두 차례 미뤄졌으나 ICE는 2018년 1월 15일을 최종 기한으로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한 사람은 순차적으로 영주권과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지만, 미국에 밀입국 하거나 체류 기간을 넘긴 사람, 노동 허가 없이 일을 한 사람 등은 예외다.
의회전문지 ‘더 힐’은 가르시아가 나이 제한에 걸려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DACA·다카)’ 프로그램 수혜 대상도 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가족들은 그가 교통 위반 티켓조차 한 번 받지 않은 성실한 가장이었다며 “의회가 다카 프로그램을 보완·대체할 법안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청원했지만 ICE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은 2005년 이후 가르시아가 합법적 체류 신분을 얻기 위해 변호사 등에게 지급한 비용이 12만5천 달러(한화 약 1억3천만원)에 달했지만 올바른 법률 자문을 얻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가르시아의 추방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법 집행 강화’를 선언하고 불법이민자 단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17년 14만3천470명이 이민법 위반으로 체포됐으며, 이는 2014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추방 명령을 받고 출국한 경우에는 10년 동안 재입국이 금지된다.
가르시아의 아내는 “남편에게는 이 곳이 집이다. 멕시코는 낯선 외국일 뿐”이라며 온 가족이 미국에서 재상봉할 날을 앞당기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가족과 작별인사 하는 호르헤 가르시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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