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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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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물 터진 밀입국…바이든 “美 오지 말라”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즈빌 버스정류장에서 15일(현지시간)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 직원들이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 밀입국 아동들을 관계 당국에 인계하고 있다.

(매일경제 고보현 기자) = 미국에서 불법이민이 급증하면서 밀입국 문제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난관 중 하나로 떠올랐다. 조만간 멕시코 접경 지역 불법이민자 수가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 건너오지 말라”며 공개적으로 호소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일부 공개된 ABC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명확히 말할 수 있다”며 “미국으로 넘어오지 말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제도를 준비하고 있으니 당신의 마을이나 도시, 지역을 떠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남서부 국경 상황이 어렵다”고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밀입국 청소년을 즉시 추방했던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로 회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 들어 미국에선 바이든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을 본격적으로 뒤집기 시작하면서 멕시코 출신 불법이민자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멕시코 국경에서 불법이민자 체포 건수는 9만6974건에 달한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남미 밀입국자를 상대로 초강경 대응을 펼쳤던 2019년 5월(13만2856건) 이후 최고 기록이다.

특히 부모 없이 혼자 국경을 넘어오는 미성년자가 늘어나는 것이 문제다. 이달 들어 보호자가 없는 18세 미만 청소년이 하루 평균 565명씩 미국에 밀입국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전달 하루 평균(313명) 대비 대폭 늘어난 숫자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 기준 미국 국경경비대에 구금돼 있는 청소년 4000명 중 3000명이 법적 허용시간인 72시간을 초과해 머무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성인과 가족 단위 밀입국자를 신속하게 추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바이든 정부가 미성년자에 한해 일시적으로 추방을 유예해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표 업적으로 내세우던 국경 장벽 건설 작업을 중단시켰다. 여기에 불법체류 미성년자의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 제도를 유지했다. 중남미 지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고 기근과 자연재해가 발생한 것도 밀입국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법이민자 수용시설이 부족해지자 미국 정부는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동원해 추가 공간을 물색하고 있다. FEMA는 일반적으로 재난 발생 대응을 돕는 연방정부 산하기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MA가 허리케인 같은 천재지변을 담당하지만 이번 국경 위기는 인재(人災)”라며 “이민자들과 인신매매단에는 `지금이 미국으로 올 타이밍`이라는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는 청소년 밀입국자 3000명을 이르면 이번주 중 텍사스주 댈러스 소재 컨벤션센터로 이동시킬 방침이다. 현지 외신은 15~17세 소년들이 최대 90일간 수용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미국 정부가 미성년자 밀입국자들을 위한 수용시설을 추가로 물색해왔다”고 밝혔다.

야당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무분별한 이민 정책이 이번 사태를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CNN은 “불법이민 문제가 불거지자 공화당이 바이든 대통령을 순진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낙인찍고 있다”고 전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전날 “이번 위기가 신임 정부 주도의 대통령 정책에 의해 비롯된 것”이라며 ” `바이든 국경 위기`라는 표현 말고는 달리 부를 방법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민주당 급진세력은 청소년 불법이민자들이 수용된 구금시설이 열악하다며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주말 FEMA와 국토안보부에 늘어나는 미성년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국경 밀입국 급증, 바이든 정부 비상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국경 밀입국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지난 10일 공개한 국경 단속 현황 자료에 따르면 2월 한 달 동안에만 국경 밀입국을 시도하다 체포된 이민자가 9만6,974명으로 집계돼 1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9년 5월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야기된 국경 위기로 지난 2019년 4월과 5월에 각각 9만9,273명과 13만2,856명이 국경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적이 있다. 또 지난 2019년 2월과 비교하면 무려 45% 급증한 것이다.

CBP가 적발된 이민자들을 유형별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성인 단독 밀입국 시도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가족단위 밀입국 시도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단독 밀입국 시도는 지난해 11월 이후 13.5% 증가에 그친 반면 가족 단위 밀입국 시도는 350% 폭증했다. 또 성인 동반 없는 ‘나홀로’ 아동 밀입국 시도는 10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일보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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