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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뒤흔드는‘인준 전쟁’ - Imin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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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November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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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뒤흔드는‘인준 전쟁’

연방 대법원 내 강력한 진보의 기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오랜 암 투병을 지켜보면서 민주당 진보진영이 가장 두려워했던 상황이 현실로 드러났다. 백악관과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 집권기 중 그의 타계로 연방대법원의 강경보수화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18일 긴즈버그 타계 발표 후 몇 시간 만에 공화·민주 양당 상원대표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자는 상원 표결을 받게 될 것이다” “이 빈자리는 새 대통령이 나오기 전까지 채워져서는 안 된다”라고 팽팽하게 맞서며 후임자 인준 전쟁을 예고했다.

워싱턴에 휘몰아칠 새 대법관 인준 전쟁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트럼프의 지명자에 대한 인준을 “선거 전에 할까, 못할까?” 다른 하나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비롯해 줄줄이 밀어닥친 위기로 가뜩이나 예측불허인 “2020년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첫 관전 포인트의 결과는 전쟁이 시작도 되기 전에 드러났다. 트럼프의 지명자 발표는 26일인데, 상원 공화당은 22일 인준에 필요한 51표를 확보했다. 민주당이 반대표로 기대했던 트럼프와 앙숙인 밋 롬니마저 ‘확실한 보수 대법원’이라는 공화당의 오랜 꿈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결국 공화당 상원의원 53명 중 이탈표는 대표적 중도보수로 꼽혀온 수전 콜린스와 리사 머코우스키 2명으로 그쳐버리면서 인준 전쟁의 첫 라운드는 공화당의 승리로 판가름 나고 있다. 인준 일정 발표만 남았다. 선거 전과 후 표결의 이해득실을 저울질 중이다. 후임 지명부터 선거일까진 불과 38일, 그 안에 인준 표결을 강행하면 대법원의 강경보수화를 확실하게 매듭지을 수 있다. 그러나 분노한 진보 표밭의 ‘푸른 물결’이 재선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선거 후로 미루면 보수의 투표 열풍은 뜨겁겠지만 자칫 선거에 패할 경우 인준이 무산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총력 저지’를 다짐하지만 공화당에서 4명의 이탈표가 나오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인준을 막을 방법이 없다. 압승할 경우 대법관을 늘리는 등 대법원 개혁이 거론되는 정도다.

2016년, 대선 9개월 전 앤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의 타계 후 오바마 대통령이 후임을 지명했을 때 “선거의 해엔 안 된다”면서 인준절차 자체를 거부했던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대표의 ‘위선’에 대해 민주당은 거세게 공격한다. 그런다고 눈 하나 꿈쩍할 매코널이 아니다!

민주당의 들끓는 분노를 일축하는 매코널의 노골적 이중 잣대, 그 도발이 두 번째 관전 포인트, ‘인준 전쟁이 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열시키고 있다.

대선 막바지에 반전 계기가 되는 변수를 뜻하는 ‘10월의 이변’이 금년엔 2주 먼저 새로운 ‘폭탄’ 이슈를 던지면서 9월에 도착했다고 월스트릿저널은 비유한다. 긴즈버그 대법관의 타계와 후임자에 대한 인준 전쟁이 대통령과 상원 선거전 판세를 한바탕 뒤흔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치열한 인준 전쟁이 투표율을 높일 것은 확실하다. 트럼프의 코비드-19 대응 실패가 가장 큰 이슈이던 금년 선거에 갑자기 ‘대법원 투쟁’이라는 또 다른 핫이슈가 던져졌고, 양당 모두 자신들 표밭에서 투표참여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 쪽에 도움이 될지는 확실치 않다.

계속되는 지지율 부진에 전전긍긍하던 트럼프는 ‘정치적 생명줄’을 잡은 듯 이미 포커스를 대법원으로 돌리며 반전 공세에 돌입했고 주도권 상실 위험에 처한 공화당 상원 역시 ‘대법원 올인’ 작전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수백만명의 실업자들이 좌절하고 있는 팬데믹의 와중인데 추가경기부양안은 외면한 채 인준 전쟁에 목숨 거는 상원의 전략이 얼마나 어필할 지는 미지수다.

대법원의 확실한 보수화는 미 보수진영의 오랜 꿈이었다. 공화 표밭을 결집시키는 최대 이슈이기도 하다. 4년 전 트럼프에 비우호적이었던 공화당 유권자들을 트럼프 지지로 바꾸게 한 결정적 이슈도 보수 대법관 지명이었고, 2년 전 트럼프가 지명한 브렛 캐버노 대법관 인준 논쟁 또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상원 주도권을 유지시킨 요인 중 하나였다.

“9명 대법관 중 현재의 5대4가 아닌, 6대3의 보수우위 대법원이 실현되는 중이며 트럼프 백악관과 공화당 상원의 ‘4년 더’가 계속되면 7대2의 ‘보수 천하’도 가능하지 않은가” – 복음주의자들이 전개해온 조직적 낙태폐지 운동이 이 같은 대법원 보수화 추진의 동력이 되고 있다.

민주당 표밭의 인준 전쟁 관심 또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진보의 대모’를 잃은 불안과 대법원의 강경보수화에 따른 두려움이 민주당 표밭의 투표 의지를 강렬하게 자극하고 있다고 LA타임스는 분석한다. 낙태권 폐지 위협은 젊은 여성들의 시들했던 투표 의지를 자극하는 한편, 교외지역 여성 표밭에서 이미 약해진 트럼프 지지율을 더 끌어내릴 수도 있다.

긴즈버그 후임에 트럼프 지명자가 인준된다면 대법원은 뉴딜정책을 계속 위헌 판결로 위협하던 1930년대 초 이후 가장 극우성향을 띠게 될 것이라고 어윈 케머린스키 UC버클리 법대학장은 경고한다. 그건 오바마케어와 낙태권과 다카가 폐지될 수도 있고, 근로자와 소비자와 소수민의 권익 보호가 계속 뒷걸음 칠 것이라는 의미다.

성급하고 요란한 인준 전쟁에 타계 뉴스마저 묻혀버렸던 긴즈버그 대법관…사회의 약자들에겐 든든한 안전망이었던 그의 빈자리가 뼈아프게 실감될 앞날이 벌써부터 두려워진다.

<한국일보 박록 고문>

고인이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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