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미국 대선 경합주에서 바이든과 트럼프가 막판 접전을 펼치고 있다
다수의 여론조사는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을 예측하고 있다.
11월3일 미국 대선이 열흘 안쪽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다수 여론조사와 선거 예측기관들의 분석은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를 가리키고 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막판 뒤집기를 위해 경합주를 돌며 폭풍 유세전을 펼치고 있다.
미 대선 경쟁을 분석하는 ‘270투윈’은 25일(현지시각) 현재 바이든이 주별로 할당된 대통령 선거인단 전체 538명 가운데 290명을, 트럼프는 163명을 확보했다고 집계했다. 나머지 85명을 놓고는 경합 중이다. 미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선거인단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면 되는데, 바이든은 이미 이 수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선거분석매체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선거인단 확보 수를 바이든 232명, 트럼프 125명으로 집계했다. 경합지역의 181명까지 양자택일로 분류하면 바이든이 무려 357명, 트럼프는 181명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개표 직후 각각 선거인단 306명, 232명으로 승패가 갈린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의 압승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미 대선은 전국 득표가 아니라 주별 승자독식 방식의 선거인단 확보 싸움에서 이기는 게 관건이다. 바이든은 여기서도 지속적으로 우위를 달리고 있다. 50개 주들 가운데 북부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20명)·미시간(16명)·위스콘신(10명), 남부 ‘선벨트’의 플로리다(29명)·노스캐롤라이나(15명)·애리조나(11명) 등 6개 핵심 경합주에서 바이든은 1.5~7.8%포인트 차이(리얼클리어폴리틱스 기준)로 트럼프에 우위다. 이들 6개 주 모두 2016년 트럼프 손을 들어줬다.
6개 주 중에서도 선거인단 수가 가장 많은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에서의 경쟁이 치열하다. 플로리다는 지난 10월9일 기준으로 여론조사 평균 격차가 3.8%포인트였으나 24일 1.5%포인트로 줄었다. 펜실베이니아도 이달 초 약 7%포인트 격차였다가 현재 4.9%포인트로 일부 좁혀졌다.
트럼프로서는 재선을 위해 플로리다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곳이고, 바이든으로서는 설령 플로리다는 내줄지언정 펜실베이니아는 반드시 탈환해야 한다. 트럼프는 23일 플로리다에서 두차례 유세한 데 이어 24일에도 플로리다에서 사전 현장투표를 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트럼프의 ‘슈퍼 회복’과 바이든의 ‘우울증’ 사이의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24일 펜실베이니아에서 두차례 유세를 하고 “(대선 승패는) 결국 펜실베이니아일 것이다. (내가 유년 시절을 보낸) 나의 주를 믿는다”고 말했다.
6개 주요 경합주 외에도 역시 4년 전 트럼프를 선택한 오하이오(선거인단 18명)·조지아(16명)·아이오와(6명)에서도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오하이오는 이달 중순까지 바이든이 앞섰으나 24일 현재 트럼프가 0.6%포인트 우위다. 조지아·아이오와도 바이든이 각각 0.8%포인트 앞서며 접전을 벌이고 있다.
대선 셈법은 바이든에게 훨씬 유리하다. 트럼프는 2016년 이겼던 주들을 대부분 수성해야 하는 반면, 바이든은 2~4개 주를 되찾아 4년 전 클린턴보다 선거인단 38명만 추가하면 승리다. 선거 예측기관인 ‘파이브서티에이트’는 바이든이 이길 확률을 86%, 트럼프가 이길 확률을 13%로 잡았다.
민주당 지지층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우편투표와 현장 사전투표 등 조기투표를 마친 사람이 현재까지 4년 전의 8배에 이르는 점도 바이든에게 유리한 징후다. 그러나 트럼프 쪽은 여론조사들이 숨은 보수표인 ‘샤이 트럼프’를 놓치고 있다며 자신들이 승리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남은 기간 경합주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트럼프는 26~27일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으로 또 향한다. 바이든은 27일 조지아를 방문하는 등, 탈환 목표치를 ‘러스트 벨트’ 밖으로 넓히고 있다.
트럼프 재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이 두 개주에서는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 시나리오는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주에 달려있다.
워싱턴 (AP)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재선을 위해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할 길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모든 게 트럼프 쪽으로 유리하게 흘러가야 한다.
우선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경합주의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트럼프 쪽으로 돌아서야 한다. 트럼프는 주요 유권자 집단의 표를 되찾아와야 할 것이고, 트럼프 캠프는 지지층을 투표장에 나오게 만드는 부분에 있어서 민주당 조 바이든 캠프보다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둬야 할 것이다.
트럼프에게는 대선 승리로 향하는 몇 가지 길이 있기는 하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길은 핵심 경합주 두 곳의 결과에 달려있다.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주다. 트럼프가 두 곳에서 모두 승리하고 2016년에 근소한 승리를 거뒀던 선벨트(Sun Belt, 미국 남동부 및 남서부)의 다른 주들(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을 지켜냄과 동시에 2016년에는 트럼프가 승리했지만 현재 바이든이 우세를 보이고 있는 조지아와 오하이오주를 방어해낸다면, 트럼프가 승리할 것이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오랜 민주당 텃밭이었지만 4년 전 대선에서 트럼프가 근소한 격차로 승리해 빼앗아왔던 위스콘신과 미시간주에 계속해서 시간과 돈을 쏟아붓고 있다. 또한 트럼프 캠프는 아이오와와 메인주 제2선거구 방어에 나서는 한편 2016년에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근소한 승리를 거뒀던 네바다와 미네소타주를 공략하고 있다.
트럼프 캠프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다른 요인들이 있다고 말한다. 트럼프 캠프와 공화당이 지난 몇 년 동안 유권자 방문 운동에 큰 공을 들여왔고 매주 250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수많은 유권자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몇몇 핵심 주들에서 공화당 유권자들의 유권자 등록이 치솟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훨씬 더 열정적이며, 민주당 지지자들은 바이든에 대한 열정보다는 트럼프에 대한 증오에 따라 움직인다고 그들은 말한다.
″지금 우리는 올해 선거 기간 중 그 어느 때보다 승리 가능성을 낙관하고 있다.” 트럼프의 선거캠프본부장 빌 스테피엔이 최근 선거캠프 내부 회의에서 한 말이다. ”이 낙관적인 전망은 기분이나 느낌이 아니라 숫자와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트럼프는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하기 위해 가져와야 하는 거의 모든 주에서 바이든을 추격하고 있거나 접전을 벌이고 있다. 위스콘신에서 활동하는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 폴 마슬란은 대단한 이변이 없는 한 트럼프는 2016년에 승리했던 러스트벨트(Rust Belt, 쇠락한 공업지역)주 세 곳(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중 적어도 하나를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승리할 다른 방법은 안 보인다.” 그의 말이다.
21일 공개된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미시간에서 큰 격차로 리드하고 있고, 위스콘신에서는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우, 최근 여론조사들에서는 바이든이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는 있지만 그 격차는 조사마다 차이가 있다.
하지만 트럼프 측은 과거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2016년 대선 때 그 세 개 주 모두에서 클린턴은 여론조사상으로 앞서가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근본적인 문제”는 ”지난 선거에서 쉽게 승리했던 주의 상당수”에서 지금은 경합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에이레스는 말했다.
2016년 대선에서 나온 트럼프의 대이변이 지금도 민주당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고 여론조사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 크게 낮아졌지만, 선거 레이스를 유심히 지켜봐왔던 이들은 2020년 선거는 2016년 선거와 다르다고 말한다.
바이든은 4년 전 클린턴보다 더 높은 호감을 이끌어내고 있고, 여론조사들을 보면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도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4년 전 대선 마지막 4주 동안 트럼프 쪽으로 대거 돌아선 바 있다. 또한 클린턴은 이메일에 대한 FBI 재수사 착수를 비롯해 선거 막판 여러 악재를 만났다. 이번 선거에서는 추가적인 그런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끼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미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의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측은 교외지역 여성,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실망한 고령층 유권자들의 이탈을 막고 (낙태 금지에 찬성하는) 가톨릭 신도나 수정헌법 제2조(총기소유 권리)를 지지하는 유권자 집단의 지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흑인과 라티노 지지층 구축에도 나섰다.
″그는 또 한 번 바늘에 실을 꿰야 하는(어려운) 단계에 있다.” 마리스트대 여론연구소의 리 M. 미린고프 소장의 말이다. 그는 트럼프가 지난 대선 때 핵심 주들에서 너무나도 근소한 격차로 승리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실패해도 되는 여지가 매우 적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그는 다수 여론조사가 바이든의 우위를 점치고 있지만 투표억압이나 개표 결과에 대한 법적 다툼처럼 ”격변하는 사건들”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우편투표에 참여하는 비율이 훨씬 높은데, 우편투표는 평상시에도 현장투표보다 무효표 발생률이 더 높다.
그는 여론조사 업체들이 ”투표를 할 것이라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조사했는데 그들의 표가 집계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맞지만 (선거 결과와는) 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거인단 29명이 걸려있는 플로리다주는 트럼프에게 가장 중요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이곳에서 패배하면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기는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거의 모든 대선에서 플로리다주를 가져간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했는데, 플로리다주는 대단히 치열한 레이스가 펼쳐지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00년 공화당 조지 W. 부시가 재검표 끝에 민주당 앨 고어를 537표 차로 꺾은 게 대표적이다.
트럼프와 바이든 측은 플로리다에서 자신들에게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공화당은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지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고, 민주당은 고령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10월초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가장 최근에 나온 두 건의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걸 종합해보면 통계적으로는 동률이다.” 여러 공화당 선거에 관여한 경험이 있는 플로리다주 탬파 출신 공화당 전략가 제니퍼 크란츠가 말했다. 그는 만약 그렇다면 ‘지상전’이 승패를 가를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 대선 때 클린턴은 플로리다주에서 버락 오바마가 두 번의 선거(2008년, 2012년)에서 각각 얻었던 것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았다. 민주당 강세 지역인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같은 곳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트럼프 측은 플로리다팬핸들 카운티 같은 소규모 카운티들에서 대단히 높은 투표율을 이끌어내면서 점수차를 벌렸다.
트럼프 캠프 측은 공격적인 투표율 확대 선거운동 덕분에 이번에는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공화당은 코로나19가 강타한 지난 3월 이래로 지금까지 민주당보다 14만6000명 더 많은 공화당원이 유권자 등록을 마쳐서 관련 수치 집계를 시작한 이래로 민주당과의 격차가 가장 크게 좁혀졌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조기투표와 우편투표에서 전세를 뒤집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2016년의 일도 있는 만큼 여전히 조심스러워 하는 이들도 있다.
″내가 볼 때 우리 모두는 집단적인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공포를 겪고 있는 것 같다.” 바이든 지지 슈퍼팩 ‘Unite The Country’를 이끌고 있는 민주당 전략가 스티브 셰일이 말했다.
펜실베이니아의 사정도 비슷하다. 최근 두 개의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분명한 리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지만 또 다른 조사에서는 그 격차가 더 좁게 나타났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교외지역과 소도시들의 높은 투표율에 힘입어 불과 4만4000여표차로 펜실베이니아주를 차지했다.
트럼프 측은 그와 같은 흐름이 이번 선거에서도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펜실베이니아주 공화당 위원장을 지냈으며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는 로버트 글리슨은 ”다시 한 번 데자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트럼프에 대한) 엄청난 열기가 있다.”
플로리다에서 그런 것처럼, 민주당이 등록 유권자수에서 공화당에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기는 하지만 공화당은 4년 전에 20만명에 달했던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 캠프 인사들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기록한 득표수차의 다섯 배에 달하는 숫자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는 인구가 많은 필라델피아 교외지역에서 패색이 짙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바이든은 백인, 노동계급 남성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던 힐러리 클린턴이 아니다. 바이든은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노동계급 가정 출신일 뿐만 아니라 노동계급 유권자들과 그들이 갖고 있는 신념의 수호자라는 정치적 페르소나를 구축해왔다.
<허프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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