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이민관련 단체 시위
트럼프, 합법 이민 문턱도 높여…비영어권 출신 이민자 불리해질 듯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미국 연방 상원의원은 누구를 대표하나”
미국 시민권 시험에 나오는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주(州)에 사는 사람들(people)’이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번 달부터 정답을 “각 주에 사는 미국 시민(citizens)”으로 교체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이민에 대한 각종 규정을 강화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시민권 시험의 수준을 높였다고 보도했다.
예전에는 10문제 중 6문제 이상을 맞추면 시험을 통과했다. 그러나 이번 달부터 실시된 새 규정에 따르면 20문제 중 12문제를 맞춰야 한다.
미국 건국 당시 13개 주의 이름을 묻는 질문에는 과거에는 3개 주의 이름만 답하면 통과였지만, 이번 달부터는 5개 주의 이름을 대야 한다.
NYT는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되는 100개의 시민권 시험 문제 중 60개가 교체됐다고 전했다.
특히 연방 상원의원이 미국 시민만을 대표한다는 식으로 정답을 수정한 것처럼 미국 보수층의 시각을 반영한 문제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정부의 권한은 오직 헌법에서 허용된 것뿐이고, 나머지 권한은 각 주에 귀속된다는 취지의 수정헌법 10조를 다룬 문제가 대표적이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이유에 대한 질문의 모범답안은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이민 관련 단체들은 이런 식으로 개정된 시민권 시험이 비영어권 국가에서 온 가난한 이민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단답식 정답보다는 문장을 사용해야 하는 정답이 늘고, 단어의 뉘앙스를 이해해야 하는 문제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기존 시험의 합격률은 91%에 달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이민 희망자의 비율이 늘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때문에 규정이 바뀌기 전인 12월 이전에 시민권 시험에 응시하려는 이민 희망자들도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엘살바도르 출신으로 올해 시민권을 획득한 네피 레이예스는 시험에 나오는 이름을 외우는 게 힘들었다면서 “이미 시험을 봐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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