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55) 상원 의원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78) 전 부통령의 러닝메이트가 되었습니다.
여성이 부통령 후보로 두 차례 나선 적이 있었지만 흑인 여성이 지명된 것은 처음으로 그의 모친이 인도 출신임을 내세워 첫 아시아계 부통령 후보라고도 칭했습니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 탄생하게 됩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자신의 트윗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겁 없는 전사이자 최고의 공직자 중 한 명인 카멀라 해리스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고 낙점 사실을 알렸습니다.
해리스 상원의원도 트윗에서 “조 바이든은 미국 국민을 통합시킬 수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그는 우리의 이상에 부응하는 미국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그녀는 그 자리에 준비된 것 이상”이라며 “오늘은 우리나라를 위해 좋은 날”이라고 축하했습니다.
두 사람은 다음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공화당은 마이크 펜스 현 부통령이 러닝메이트로 일찌감치 확정된 상태여서 양대 정당인 공화당과 민주당의 결전 구도가 확정되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해리스 의원이 “경선 과정에서 너무너무 형편없었다”며 “나는 바이든이 해리스를 골라서 약간 놀랐다”고 첫날부터 깎아내렸습니다.
트럼프 대선캠프도 “바이든이 좌파 급진주의자들의 극단적 어젠다로 가득찬 빈 껍데기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사상 공격을 가했습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3월 여성 중 한명을 러닝메이트로 뽑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 이후 미전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 사태와 맞물려 흑인 여성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해리스 의원은 자메이카인 아버지와 인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1964년 10월 태어났으며 검사 출신의 해리스 의원은 2010년 캘리포니아주에서 흑인과 여성을 통틀어 처음으로 법무장관에 선출됐고, 2016년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TV토론에서 인종 차별 문제를 고리로 바이든 저격수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12월 경선 중도 하차 후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해리스 의원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흑인 표심 공고화는 물론 여성 유권자로의 외연 확대 가능성이 장점으로 꼽히며 일찌감치 유력 후보로 거론되었습니다.
해리스 의원은 자메이카 출신의 아버지와 인도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대입니다.
해리스 의원의 어머니인 시아말라는 인도 외교관의 딸로 UC버클리 유방암 연구원으로 활약했으며 아버지인 도널드 해리스는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쳤습니다. 두 사람이 만난 건 1960년대 UC버클리 시민권 운동에서였으며 해리스가 7살이 되던 해 두 사람은 이혼했고, 그와 여동생 마야는 어머니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해리스 의원은 자서전에 “어머니는 두 딸에게 그들의 문화·인종적 배경을 확실히 알려줬다”고 했습니다. 그는 “어머니는 두 명의 흑인 딸을 키우고 있다는 걸 아주 잘 이해했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국가가 나와 동생을 흑인 소녀로 볼 것이란 걸 알고 있었고, 우리가 자신감 있는 흑인 여성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고 썼었습니다.
해리스 의원은 2018년 자서전 ‘우리가 품은 진실(The Truths We Hold)’에서 자신의 이름은 인도 산스크리트로 ‘연꽃’을 의미한다고 설명하면서 “연꽃은 물속에서 자라는데, 강바닥에 뿌리를 단단히 심는 동시에 수면으로는 꽃을 피운다”고 말했었습니다.
2014년 유대계 남편과의 결혼식에서는 “인도와 유대인의 유산을 따르겠다”며 목에는 화환(인도)을 두르고, 결혼식이 끝난 후에는 유리컵을 밟아(유대인) 깨뜨렸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인종적 과거와 미래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순간에 역사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고, 뉴욕타임스는 실용적 중도파인 해리스 의원이 바이든에게 가장 안전한 선택지로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77세의 고령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나이를 고려할 때 55세의 해리스 의원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2024년 대선 때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을 벌써부터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리스 의원이 검사 재직 시절 지나치게 가혹한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도 있는 상황이어서 최근 경찰의 가혹행위가 전국적 인종차별 항의시위를 초래한 점에 비춰 이것이 대선 과정에서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여성이 부통령에 오른 적은 없었으며 1982년 민주당 제릴딘 페라로 전 하원의원과 2008년 공화당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지만 대선에서 패배했었습니다.
해리스 의원은 부통령 후보 낙점 과정에서 바이든 당선을 위해 뛰기 보다는 자신의 야심을 위해 무리수를 둘 수 있다는 바이든 측근들의 우려를 샀고 경선토론에서 바이든 공격으로 일약 선두에 나섰다가 빈공약 문제로 추락하는 등 헛점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지난 경선 당시 미 언론들은 해리스 의원의 가장 큰 단점으로 ‘중앙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지만 부통령으로 나오며 이같은 단점은 상쇄될 전망입니다. 오히려 그의 배경은 흑인·젊은층·이민자에 호소력을 지니며 큰 장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습니다.
해리스 의원은 이날 자신의 부통령 후보 낙점 소식이 공개된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조 바이든은 미국 국민을 통합시킬 수 있다”며 “왜냐하면 그는 자기 일생을 우리를 위해 싸우며 보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리고 대통령으로서 그는 우리의 이상에 부응하는 미국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리스 상원의원의 이러한 ‘일성’은 분열과 편가르기식 정치를 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겨냥하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통합과 치유’의 리더십을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차원으로 보입니다.
해리스 의원은 “나는 우리 정당의 부통령 후보로 그와 함께 하게 돼서, 그리고 그를 우리의 ‘총사령관’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피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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