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캔들’ 특검의 족쇄를 벗자마자 오바마케어(ACA ·전 국민건강보험법) 폐지,멕시코 국경 폐쇄 드라이브를 걸며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는 듯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궤도수정에 들어간 듯한 모습이다.
오바마케어 폐지의 경우 대체입법 처리 목표 시점을 2020년 대선 이후로 미뤘고,이번주 당장 폐쇄할 것처럼 몰아붙였던 국경문제에 대해서도 속도 조절에 나섰다.
자칫 역풍을 맞으면서 대선 국면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출구찾기로 보인다.
공화당 등 여권 내 부정적 기류가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에 제동을 거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1일) 밤 올린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케어에 대해 “보험료와 자기부담금이 너무 높다.
진짜로 나쁜 건강보험이다. 민주당조차 바꾸길 원한다”며 “공화당은 오바마케어보다 보험료와 자기부담금이 훨씬 더 낮은,정말로 훌륭한 건강보험 구상을 개발하고 있다.
그것은 오바마케어보다 훨씬 저렴하고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표결 시점에 대해서는 “공화당이 상원 장악을 유지하고 하원을 탈환한 선거 직후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차기 대선과 상·하원 선거는 2020년 11월 3일 동시에 실시되는 만큼,오바마케어를 대신할 공화당 대체입법의 표결 시점을 내년 대선 이후로 미룬 것이다.
오바마케어 폐지 문제를 대선전에서 핵심 어젠다로 밀어붙이겠다는 선거 전략에서 후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승산이 적은 전투에 올인하기보다는 전선을 다른 쪽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회 배경에는 민주당이 하원의 다수를 점한 의회 구도상 현실적으로 대체입법이 의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낮은 데다 아직 공화당 내부에서 대체입법도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충분한 준비 없이 오바마케어 폐지 이슈를 섣불리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칫 선거 국면에서 공화당에 역풍이 불며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 내에서 제기돼 왔다.
워싱턴포스트(WP)도 오늘(2일) 이러한 기류 변경과 관련해 “대선 국면에서 그러한 싸움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공화당 인사들의 경고에 귀 기울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2일) 방미 중인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백악관에서 가진 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체입법 처리 시기를 대선 직후로 미루겠다고 한 배경에 대해 “우리가 하원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 폐쇄 문제를 놓고도 한발 후퇴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2일)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과의 회담에 앞서 “필요하다면 멕시코 국경을 폐쇄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최근 며칠간 멕시코가 수천 명을 체포했으며,그와 같은 조치가 이민 상황과 관련해 큰 차이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보장이 나에게는 무역 문제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강한 국경을 갖든지 아니면 폐쇄된 국경을 갖게 될 것”이라며,”나는 완전히 준비돼 있다.
앞으로 며칠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지난주 트윗을 통해 “멕시코가 남쪽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불법 이민을 즉각 중단하지 않는다면 다음 주 국경 전체나 상당 부분을 폐쇄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던 것에 비교하면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앞서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오늘(2일) 기자들과 만나 “멕시코가 이민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보다 더 책임의식을 보이고 있다”면서 멕시코가 국경에서 많은 이들을 잡아들이는 동시에 미국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앞으로도 이처럼 ‘유용한 일’을 계속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국경 입구 폐쇄와 관련한 모든 옵션을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폐쇄 시점에 대해 “구체적 시간표를 놓고 일하고 있진 않다”고 선을 그었다.
샌더스 대변인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국경 입구 폐쇄와 같은 극단적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멕시코가 계속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을 폐쇄하겠다는 위협에서 물러섰다”고 풀이했고,AP통신도 행정부 당국자들이 국경을 폐쇄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을 누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공화당 지도부에서조차 경제적 파장 등 국경폐쇄 시 초래될 악영향에 대한 경고음이 발령되고 있다.
공화당 원내 사령탑인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는 오늘(2일)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경 폐쇄는 우리나라에 잠재적으로 재앙적 충격파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그와 같은 일을 하게 되지 않길 희망한다”고 국경 폐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라디오코리아 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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