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등 18개 공화주 위헌 소송 기각 판결
‘의무가입’은 결정 미뤄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전국민 건강보험법(ACA)이 폐지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공화당 주도 주정부들이 줄기차게 밀어부쳐온 오바마케어 폐지 소송이 17일 연방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의 오바마케어 프로그램인 ‘커버드 CA’를 포함해 ACA의 혜택을 받고 있는 전국 수천만 명의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안도하고 있다.
17일 연방 대법원은 텍사스를 포함해 공화당이 이끄는 18개 주와 개인 2명이 오바마케어는 위헌이므로 이를 무효로 해달라며 낸 소송을 7대2로 기각했다.
대법원은 성향별로 보수 6명, 진보 3명의 보수 절대 우위 구조이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다수의 보수 대법관이 진보 진영과 의견을 같이했다. 진보 3명에 더해 보수 성향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클래런스 토머스,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등 4명이 기각 의견에 합류했다. 강경 보수파로 통하는 새뮤얼 앨리토, 닐 고서치 대법관은 이에 반대했지만, 소수의견에 그쳤다.
현재 오바마케어를 통한 건강보험 가입자는 매우 많은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일 줌 화상회의를 통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며 통해 가입자가 3,100만 명을 넘어섰다(본보 6월7일자 보도)고 밝혔다. 이는 2010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오바마케어’를 제정한 이후 최고 가입 숫자다.
당초 2018년에 제기된 이 오바마케어 폐지 소송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원고들이 소송을 낼 법적 지위가 있는 당사자인지, 오바마케어 미가입 시 벌금 부과 조항에 대해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의 감세 법안이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 ‘의무가입’ 조항은 위헌이 됐는지, 만일 그렇다면 나머지 조항은 유효한지 아니면 법 전체가 위헌인지 등이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 텍사스주 등이 소송을 제기할 법적 지위가 없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연방의회가 건강보험 미가입 시 벌금을 내지 않게 함으로써 원고들이 문제를 제기한 의무가입 조항으로 인해 오바마케어 반대자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다만 다른 쟁점인 의무가입 조항의 위헌 여부, 이 조항이 위헌이라면 다른 조항까지 포함해 법을 폐기해야 하는지와 관련해 광범위한 법적 문제에 대해선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케어가 2010년 법으로 제정된 후 대법원이 이를 존속시킨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2012년과 2015년에도 공화당 측이 폐지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가로막혔다.
오바마케어는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미국인의 보험 가입을 확대하기 위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에 마련됐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이를 축소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놨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오바마케어’를 확대·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오바마케어를 계승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연방 대법원 판결에 대해 “오바마케어가 여전히 이땅의 법으로 남아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한편 여론조사에서도 오바마케어에 대한 지지도는 전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카이저 패밀리 재단의 여론조사 결과 올해 2월 미국인의 54%가 오바마케어에 대해 긍정적, 39%가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이는 2016년 조사때의 긍정 43%, 부정 46%와 비교해 눈에 띄게 역전된 상황이다.
<한국일보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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