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심사 대폭 강화, 카톡·페북까지 조사
의심 정황 땐 강제출국
지난주 만삭인 몸으로 LA 국제공항(LAX)을 통해 입국한 한인 A씨 부부. 이들은 미국에서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입국한 소위 원정출산 부부다. 공항 입국과정에서 의심을 피하기 위해 4일 뒤 출국하는 비행기표를 구입해 입국한 A씨 부부는 입국심사는 무사히 통과했으나 만삭인 배를 의심한 세관 수퍼바이저의 추궁 끝에 소셜미디어에 남긴 ‘원정출산’이라는 단어가 발견 돼 강제출국 명령을 받았다.
올해 초 한국에서 LA로 원정출산을 온 B씨도 입국과정에서 3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한 끝에 가까스로 입국할 수 있었다. B씨는 “일단 만삭인 몸을 확인한 뒤 원정출산이 아닌지 여부를 끝까지 추궁했다”며 “다행히 카톡과 페이스북 등 원정출산이 의심되는 메시지를 다 지우고 비행기에 탑승한데다 미국에 사는 동생 결혼식 청첩장 등을 제출한 끝에 간신히 입국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명령으로 자동 출생시민권 폐지를 추진하는 등 원정출산에 대한 강력한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최근 LA 등 미 전역의 공항에서 만삭의 몸으로 미국에 입국하는 한인 등 아시아계 원정출산 의심자들에 대한 입국심사가 대폭 강화되면서 강제출국 명령을 받는 사례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 이민법 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취업비자 등 합법 이민의 기회가 줄어들자 무리해서 자녀를 미국에서 출산하는 소위 ‘원정출산’을 계획하는 한인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 속에 이같이 입국심사가 강화되면서 한국 등에서 원정출산을 오는 임신부들이 족족 적발되고 있다.
한 한인 이민법 변호사는 “겨울의 경우 두꺼운 옷으로 만삭의 배를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요즘에는 카톡 메시지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 등으로 원정출산 여부를 적발하기 때문에 일단 2차 검색대로 넘겨질 경우 출국명령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민법 전문 변호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생에 의한 시민권을 부여받는 것을 제외하고 합법적인 이민의 기회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원정출산으로 자녀에게 시민권을 주려는 한인 부모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이민 변호사는 “예전의 경우 미국에서 출생을 하지 않더라고 취업 등 합법적인 이민의 기회가 많았지만 사실 이제 미국에서 유학을 한 뒤 졸업해도 취업비자가 막혀 직장을 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원정출산을 희망하는 한인들이 더 늘어나는 추세”라며 “원정출산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도 나중에서 한국에서 국적이탈이 불가능하거나 부모 초청도 어려워 사실상 원정출산에 따른 득보다 실도 많다”고 경고했다.
<한국일보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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