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 자동부여 제외된 사각지대 해소 목적
미국에 어릴 때 입양됐다가 시민권을 얻지 못한 한인 등을 구제하기 위한 법안이 연방의회에 다시 발의됐다.
민주당 애덤 스미스, 공화당 존 커티스 연방하원의원은 지난 4일 미국에 입양된 뒤 미국인 부모의 손에 길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시민권이 없는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입양인 시민권법을 공동 발의했다고 밝혔다.
연방의회는 지난 2000년 아동 시민권법(CCA)을 통과시켜 외국에서 태어난 입양아에 대해 부모 중 최소 1명이 미국 시민일 경우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시민권 취득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데다 입양 가정에서 충분한 정보가 없거나 의도적으로 신청하지 않아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입양인이 생겨난 맹점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CCA는 적용 대상을 2001년 2월27일 기준 만 18세 미만으로 제한하는 바람에 이 연령을 초과한 입양인의 경우 시민권을 얻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이유로 사각지대에 놓인 입양인이 2만5,000명에서 4만9,000명가량이고, 이 중 절반 정도가 한국에서 입양된 이들이라는 추산도 있다.
지난 2017년에는 3세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돼 40년을 살다 한국으로 추방된 애덤 크랩서 씨의 기구한 사연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두 곳의 양부모 가정에서 버림받으면서 시민권 신청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의회에서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09년부터 모두 3차례 법안이 발의됐지만 의회 관문을 넘지 못했다. 엄격한 이민정책을 추진하는 공화당이 이 사안을 이민 문제와 결부시켜 바라본 것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4번째 입법 시도로, 스미스 의원은 지금까지 3차례 법안 대표 발의자로 나섰다. 스미스 의원은 자신이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채 미국에서 자라 취업하고 가족을 꾸렸지만 시민권이 없는 입양인이 많다며 “이 법은 이런 부당함을 끝내고 영향을 받은 입양인에게 필요한 확신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법안은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가 홀트아동복지회, 입양인권익캠페인(ARC)과 손잡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이기도 하다. 2019년에는 이들 단체와 ‘입양인 평등을 위한 전국연대’ 발족 행사를 하기도 했다. KAGC는 향후 의원들의 법안 찬성 서명 확대 운동, 상임위 내 청문회 개최 등을 추진하고 인권 문제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서도 적극적 해법 모색을 요청할 계획이다.
송원석 KAGC 사무국장은 “이 법은 서류만 제외하면 모든 측면에서 미국 가족의 일원인 입양인에게 집을 제공하겠다는 약속 완수 차원에서 중요한 조치”라며 “한인 커뮤니티가 시민권을 받지 못한 입양인이 가장 많은 곳인 만큼 이들을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여성회 미주연합회(KAWAUSA)와 정의를 위한 입양인 연대(Adoptees for Justice) 및 미주한인교육봉사단체협의회(NAKASEC) 등 한인 권익 단체들도 이번 입양인 시민권 자동부여 법안을 다시 통과시키기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온라인 서명은 정의를 위한 입양인 연대 웹사이트(adopteesforjustice.com/supportletter)에서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미여성회 미주연합회 측은 “온라인 서명 양식을 작성하면 서명자의 거주 지역 연방 의원의 사무실로 입양인 시민권 법안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통과를 촉구하는 이메일이 자동적으로 보내지게 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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