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시민권자들이 밀반입 브로커 역할
수도권 일대서 유통, LA 출신 등 22명 검거
미국에서 살다 한국으로 추방된 LA나 뉴욕 출신 한인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경제적인 어려움 등을 이유로 마약 범죄에 연루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한인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들이 중간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살다 추방된 한인들이 한국에 마리화나를 몰래 반입해 서울 강남 등 수도권 일대에서 판매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마리화나를 밀반입해 국내에 유통한 혐의 등으로 판매업자 등 22명을 검거했으며, 심모(29) 씨를 포함한 20명을 구속했다고 22일(한국 시간)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심씨 등은 미국에서 마리화나 약 3.4㎏을 몰래 들여와 2018년 3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서울 강남, 인천 등 수도권 일대에서 약 1.5㎏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심씨는 영주권자인 남편인 권모(33) 씨와 함께 마리화나 밀반입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주권자 신분이어서 미국 출입이 자유로운 권씨는 미국을 자주 드나들며 우편으로 마리화나를 한국으로 밀반입했고, 이를 국내 판매 총책 2명에게 넘겼다.
권씨 부부와 판매 총책은 범죄 등으로 인해 미국에서 추방된 한인들과 시민권을 가진 한국 체류 한인들에게 접근해 중간 판매책으로 활용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이번에 체포된 20여명은 대부분 미국에서 추방돼 한국에서 영어 강사 등으로 일을 하고 있는 LA나 뉴욕 출신 한인들로 생활고 때문에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20여명의 한인 출신 마리화나 불법 거래자들을 대거 적발한 것은 수도권 일대에서 ‘영어식 이름’을 사용하면서 마리화나를 거래하는 일당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벌여 심씨 등을 체포했다.
또, 이들에게서 팔다 남은 마리화나 약 2㎏과 마약 매매 수익금 7만 달러를 압수했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마리화나를 사서 피운 회사원과 중고차 매매업자 등 총 33명도 붙잡았다.
그러나, 이번 검거작전에서 주범격인 권씨는 체포하는 데 실패했다. 권씨는 중간 판매책과 구매자 등이 잇달아 붙잡히는 등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해외로 도주했다.
경찰에서 심씨는 남편이 한 일이라 잘 모른다며 범행 일체를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나 경찰은 중간 판매책 등을 통해 마리화나 판매대금이 심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해외로 도주한 권씨를 체포하기 위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고, 미 마약단속국(DEA)과도 수사공조를 요청해 권씨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
<한국일보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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