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 행패 저지하다 폭행 죄로 기소된 한국 경찰관
공무집행중 문제 생기면 덤터기…공권력 행사 위축
미국선 현장서 위협 감지되면 총을 쏴도 ‘면책특권’
# 한국: 지난해 여름 서울 은평구 한 술집에서 행패 부리던 취객을 박모 순경이 지구대로 연행해 조사했다. 취객이 소리 지르고 때리려 하자 박 순경은 왼쪽 손바닥으로 취객 목 부위를 밀쳐 넘어트렸다. 머리가 바닥에 부딪혔고 박 순경은 공무집행 과정의 일이었는데도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박 순경은 자동차를 처분하고 빚을 내 합의금 5000만원을 취객에게 줘야 했다.
# 미국: 지난해 157명이 캘리포니아 주에서 경찰에게 총격을 당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17일 주검찰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경찰이 공권력을 행사하던 도중 총을 발사하거나 부상을 입힌 사건은 총 782건인 것으로 드러났다. LA카운티에서 경찰 총격으로 발생한 사망자 수는 총 55명이었다.
미국과 한국에서 벌어진 경찰 공권력 행사에 따른 결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주폭(酒暴·술에 취해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제지하려던 한국 경찰관이 상처를 입힌 이유로 거액 소송을 당한 반면 캘리포니아 주 경찰의 공권력 행사에 따른 총기 사용으로 157명이 사망했다. 어째서 이런 극명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
미국과 한국 경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적법한 공무 집행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는가’에 있다.
공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한 경우에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경찰 개인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한국에선 경찰 개인이 CCTV 영상 등 객관적 증거를 확보해 자신의 행위가 정당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에 비해 미국에선 경찰 개인이 현장에서 얼마만큼의 위협을 느꼈는지가 관건이다. 즉 위험에 노출된 경찰의 주관적 판단을 미국에선 인정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경찰 공권력에 대한 적법성을 판단할 때 미국 법원은 ‘상황의 위험성에 관한 경찰의 주관적 판단’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총기 소유가 법적으로 허용된 사회에서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은 있을지도 모를 총기에 의한 공격 위험에 노출돼 있는 특수한 상황을 사법기관이 인정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범법자를 검거하다 다치게 해도 책임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경찰이 현장에서 위협을 느꼈다고 생각하면 면책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다르다.’부당한 공권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증거다. 공권력이 정당하게 발휘되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함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 느낀 경찰의 위협적 상황은 고려 대상 밖이다. 결국 위급한 상황에서 순간적인 판단으로 행동해야 하는 경찰이 주폭이나 범법자들에게 단호하게 공권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조건에 놓이게 된 셈이다.
따라서 한국 경찰은 ‘믈경찰’이란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반면에 미국 경찰은 피의자에 대한 현장 대응 방침은 확고하다. 한국과는 달리 피의자보다 한단계 높은 물리력을 쓰는 것이 허용된다. 주먹을 휘두를 경우 경찰봉을 사용할 수 있고, 칼을 들고 있으면 총을 쏘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조금 과하다 싶지만 그만큼 엄정하고 공정하게 경찰이 법을 집행한다는 신뢰와 시민의식이 깔려있다.
<코리아타운데일리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