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멕시코 국경을 폐쇄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으름장에 그의 우군들마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존 코닌 상원의원(공·텍사스)은 “모두에게 나쁜 일”이라고 했고 존 튠 상원의원(공·사우스다코다)은 “특별히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며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도 확실치 않다”고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대다수는 이번 국경폐쇄 발언 역시 트럼프 특유의 겁주기 전술로 치부했다. 늘 그래왔듯 상대를 향해 잔뜩 엄포를 놓은 뒤 슬그머니 뒤로 물러서는 트럼프 스타일이 여지없이 재연됐다는 해석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합법 이민이라는 보다 광범위한 이슈에 대해 트럼프는 확실한 입장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2019년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선언했다: “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타국인들이 미국으로 건너오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이들은 반드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들어와야 한다.” 물론 공화당의 이민 매파들은 트럼프의 이 같은 태도를 못마땅해 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밝힌 자신의 아이디어를 고수했다. 이민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이 나올 때마다 그는 “되도록 많은 해외 인력이 국내로 유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장과 농장 그리고 해외에서 유턴하는 국내기업들을 풀가동하려면 어마어마한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번 주 미국의 중도성향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합법이민을 늘리는 방안은 트럼프의 사위이자 그의 특별보좌관인 자레드 쿠슈너가 은밀히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만약 이것이 이민에 대한 트럼프의 새롭고 진일보된 입장이라면 그가 취해야 할 다음 수순은 이민시스템 개혁과 합법이민 확대를 실질적인 불법이민 단속과 한데 결합시킨 강력한 절충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최근 인터내셔널 시큐리티 저널에 게재된 에세이는 오는 2050년에는 세계의 주요국 가운데 오직 미국만이 인구증가세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는 유엔의 예측을 인용했다. 모두가 대학교수인 네 명의 공동저자들은 이 같은 인구요인을 보다 역동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강대국의 역할을 기꺼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담당하려는 미국의 의지와 능력에 결부시킨다.
다른 주요국들에 관한 데이터도 눈길을 끈다.
유엔의 예상에 따르면 2050년까지 근로연령대에 속한 중국과 러시아의 인구는 20%가 감소된다. 또한 독일과 일본의 근로연령대 인구는 각각 17%와 29%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인구감소는 경제성장과 경제 활력 둔화는 물론 국제무대에서의 수동성 강화로 연결된다.
같은 기간 미국의 근로연령 인구는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들 가운데 2050년까지 인구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 국가는 호주, 캐나다와 영국 등 3개국뿐이다.
미국을 비롯한 4개국이 이처럼 인구증가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이민 때문이다. 이민자들의 유입이 없다면 2050년까지 미국의 근로연령대 인구는 4.5%, 캐나다의 경우는 20%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미국의 최대 경쟁국으로 급속히 떠오르고 있는 중국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인구변동에 직면한 상태다. 지난해 중국의 출산율은 기근이 만연했던 1961년 이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이 오랫동안 시행해온 ‘한 자녀 정책’을 번복한 공산당 정권의 노력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인구문제와 관련해 21세기 전반부에 중국이 직면할 최대의 이벤트는 마이너스 인구성장”이라고 진단했다.
이민문제를 둘러싼 시끄러운 잡음 속에서는 큰 그림을 놓치기 쉽다.
이민은 보다 활기찬 경제를 의미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이민자란 경제에 동력과 혁신을 가져올 젊은 근로자들을 가리킨다. 과학 분야의 경우 노벨상은 대부분 과학자들이 젊은 시절에 일구어낸 연구 성과에 주어졌다.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모험심이 강하며 기업가적인 기질이 강하다.
이민을 둘러싼 구구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들어오는 합법이민자의 수는 실제로 그리 높지 않다. 백악관 경제 자문위원회 의장으로 발탁되기 전, 케빈 하셋은 지난 2010년 선진국 전체 인구에 대한 신규 이민자들의 비율을 산출해 순위를 매긴 결과를 내셔널 리뷰를 통해 공개했다.
미국의 순위는 바닥에서 세 번째였으며 그 밑에 위치한 국가는 일본과 프랑스 뿐이었다. 캐나다와 독일과 같은 국가들은 새로운 이민자들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보다 2배나 높게 나왔고, 노르웨이와 스위스는 4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년간 미국의 결정적인 경쟁력 우위는 심각한 도전을 받았다. 경쟁국들은 효과적인 ‘미국 따라하기’를 통해 정돈된 시장경제와 기술투자, 개선된 기반시설과 대중교육의 기반을 다지면서 이제는 ‘미국 따라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과의 대결에서 미국이 확실한 우위를 주장할만한 것이 아직도 남아 있을까?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은 다른 여느 국가보다 효율적으로 이민문제를 다루었다. 출신국을 불문하고 세계 각지에서 이민자들을 받아들였고, 다른 어느 국가보다 효과적으로 그들을 동화시켰으며, 신규 이민자들을 기존의 다른 구성원들과 차별 없이 대우하는 미국이라는 사회 환경에 통합시켰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이번 세기 동안 미국의 경쟁력 우위를 지킬 요체이다.
글/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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