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칩·전기차·AI 등 중국이 키우려는 분야 집중 제한
NYT “美대학에 되레 타격될 것”
美軍은 화웨이·ZTE 전화 퇴출 “정보 보안사항 노출될 위험 커”
‘적국의 전투기가 영공을 침입해 핵심 안보 시설에 접근하는 순간, 갑자기 레이더망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간담이 서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중국이 지난달 실제로 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투명 망토’ 기술이다.
중국의 발표를 접한 미국 듀크대의 데이비드 스미스 교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 기술은 미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자신이 수년째 연구하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스미스 교수는 2008년 자신의 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던 중국인 루오펑 리우를 의심했다. 그가 중국에 있던 동료들과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그들을 연구실로 초청해 사진까지 찍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리우는 중국으로 귀국해 중국 정부로부터 수백만달러의 투자를 받는 연구소를 설립했고, 시진핑(習近平) 주석 초청 행사까지 여는 유력 인사가 됐다.
중국의 ‘투명 망토’ 원천 기술은 듀크대에서 빠져나갔다고 의심할 만했다. 미연방수사국(FBI)이 수사까지 했지만 리우를 기소하지는 못했다. 리우가 참여했던 단계의 기술은 아직 비밀로 분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연구기관을 통한 첨단기술 유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중국계 연구개발자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중국 출신의 대학원생, 박사후과정(post doctor) 연구원 등이 미국 대학과 연구소에서 기술 스파이 역할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자 발급 제한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마이크로칩·전기차·인공지능(AI) 등 ‘중국 제조 2025’에 포함된 분야에 참여를 제한하는 것을 집중 검토 중이다. 최근 미 국방부는 2014년 외국에 의한 기밀정보 스파이 활동의 4분의 1이 연구기관을 통해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최근 들어 미래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굴기를 막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10대 핵심 산업 육성 프로젝트에 들어 있는 1300여 개 품목에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가 향후 7년 동안 미국 기업과 거래를 못 하도록 했다. 중국 통신장비 1위 업체 화웨이의 미국 스마트폰 시장 진출도 막았다.
또 미국 국방부는 미국 내 군부대와 전 세계 미군 기지에서 중국 화웨이와 ZTE가 제조한 휴대전화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이 두 회사의 제품이 스파이 행위 등에 사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데이브 이스트번 국방부 대변인은 “화웨이와 ZTE 기기는 정보 분야 등에서 용인할 수 없는 위험을 노출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흐름이라면 중국계 연구개발자 차단 정책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연간 100만명 정도인 미국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인들을 ‘스파이’ 취급하는 정책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NYT는 “미국 대학의 첨단 분야 연구 능력이 타격을 입을 것이고 중국계 인재들이 한꺼번에 중국으로 돌아가면 오히려 중국의 기술력이 급신장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덕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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