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안보강화” 불구, 국경장벽 예산거부 항의
중간선거 겨냥한 노림수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에 군대를 배치하도록 한 명령이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불법이민자들의 밀입국을 막기 위해 국경장벽이 건설될 때까지 군대를 보내 국경을 지키도록 하겠다고 밝힌 지 단 하루 만에 나온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백악관과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현재 국경에서 밀입국이 치솟고 있어 이미 ‘위기 시점’(a point of crisis)에 도달한 상태여서 군대를 파견하기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국경에서 계속되고 있는 ‘무법상태’(lawlessness)로는 미국민들의 안전과 안보 그리고 주권을 보장하기 힘들다”며 “(군대 파견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조치”라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밀입국이 급증하고 있어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국경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국경장벽과 중간선거에 맞춰 나온 정치적인 노림수라는 지적도 있다.
■밀입국이 급증하고 있다고?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지난 3월 한 달 국경에서 5만 300여명의 밀입국자가 적발돼 2월의 3만 6,700명에 비해 37%나 급증했다며 남부 국경지역이 위기 상태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국경밀입국 적발이 지난 달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닐슨 장관의 지적이 틀리지는 않다,
그러나, ‘위기’를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이다. 밀입국은 통상 겨울과 여름철에 감소하고, 봄철에 증가하는 추세가 매년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8회계연도 첫 6개월간 통계를 보면, 밀입국은 23만7,000여건으로 2017회계연도 같은 기간의 27만1,000명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위기’를 진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온라인매체 ‘데일리 비스트’는 오바마 시절 급증했던 ‘밀입국 물결’은 이미 종지부를 찍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이유로 국경에 군대를 파견키로 했는지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수감자 없어 수용시설 폐쇄까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소위 ‘트럼프 효과’로 국경밀입국이 급감하면서 텍사스 주에서는 건설한 지 1년도 채 안된 대형 수용시설들이 문을 닫았다. 수용할 밀입국자가 없어서였다.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는 지난해 텍사스 남부의 도나 수용소와 엘파소 인근 토르니요 수용소를 폐쇄했다.
■트럼프의 시위
이번 조치가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거부한 연방의회 특히 민주당을 향한 항의 시위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진보센터(CAP) 이민정책 담당 톰 조웨츠 부소장은 “국경지역에 의도적으로 위기감을 고조시키려는 군대파견 조치가 전혀 놀랍지 않다”며 “그러나, 연방의회가 트럼프의 ‘거대하고 아름다운 장벽’이 건설되도록 예산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집토끼를 잡아라” 중간선거 초점
이번 조치의 초점은 오는 11월 중간 선거에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 있다. 온라인 매체 ‘스놉스’(Snopes)는 이번 결정은 트럼프가 초강성 이민정책을 지지자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으로 11월 선거를 앞두고 등을 돌린 지지자들을 되돌리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이민 대책에 미온적인 민주당과 대비시켜 여전히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고 있는 공화당에 힘을 실어주려 한다는 것이다. 스놉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대 배치 결정은 중남미인 1,000여명이 미 국경을 향해 ‘캐러밴’을 계속하고 있다는 폭스 뉴스의 보도에서 착안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일보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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