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한달 넘게 이어진 미국 연방정부의 역대 최장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일단 해소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는 25일 일시적으로 셧다운 사태를 푼 뒤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전격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내달 15일까지 향후 3주간 정부를 재가동하는 내용의 입법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에따라 지난달 22일 시작돼 이날로 35일째 이어진 셧다운 사태는 일단 멈추게 됐다. 그러나 셧다운의 원인이 된 국경장벽 예산에 대한 여야간 간극이 커 기한내 합의 도출에 실패할 경우 셧다운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을 끝내고 정부 문을 다시 여는 합의에 도달하게 됐다는 걸 발표하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기간 의회 인사들로 이뤄진 초당적 위원회가 나라의 국경 안전 문제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57억 달러 규모의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해가기로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 예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또다시 셧다운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협박’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의 합의에 따라 이에 대한 상·하원 표결과 대통령 서명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전망이다.
셧다운으로 그동안 15개 정부 부처 가운데 국무, 국토안보, 농림, 교통, 내부, 법무 등 9개 부처가 그 영향을 받았으며, 80만명의 연방 공무원이 급여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셧다운 사태는 1996년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의 21일 셧다운 기록을 23년만에 갈아치우고 연일 사상 최장 기록을 세워왔다.
민주당의 하원 장악에 따른 의회 권력의 분점 시대의 첫 시험대로 여겨온 이번 셧다운 사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한발 물러선 상황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 예산 편성 입장을 고수하며 ‘국가 비상사태 선포’ 카드까지 꺼내 들며 민주당을 압박했으나 민주당이 이에 ‘장벽예산 제로(0)’ 지출법안 하원 처리로 맞불을 놓는 등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져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백악관에서 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의회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 57억 달러를 통과시켜주면 ‘다카'(DACA·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를 3년 연장하겠다는 내용의 ‘빅딜’ 타협안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즉각 ‘수용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이 셧다운 사태가 해소되기 전에는 매년 하원회의장에서 상하원 합동연설 형태로 진행해온 대통령 국정 연설을 승인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셧다운 해소 후 국정 연설’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였다.
상원에서는 24일 ‘트럼프 타협안’과 ‘장벽예산 제로(0)’를 담은 ‘민주당 표 예산안’이 차례로 표결에 부쳐졌으나 두 건 모두 부결된 바 있다.
장벽예산 요구가 수용되기 전까지는 물러설 수 없다며 ‘셧다운이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배수의 진을 쳐온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민주당과의 타협 쪽으로 돌아선 데에는 최근 지지율 하락과 이에 따른 여당인 공화당 내 여론 악화 등에 따른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셧다운으로 인해 일단 무산된 ’29일 국정 연설’을 다시 본궤도에 올리기 위한 차원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오랜 친구이자 대선 기간 ‘비선 참모’로 활동한 로저 스톤이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에 의해 전격 체포되는 등 점점 코너로 몰리는 상황에서 국면 전환용 포석도 깔려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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