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원정출산 규제에 나섰다. 외국인 여성이 미국 방문을 위해 비자를 신청할 경우 임신부일 가능성이 있으면 비자발급을 거부하도록 국무부가 관련 지침을 내렸다.
24일부터 바로 시행되는 이 규정은 날로 강도가 심해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 이민정책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심상치가 않다. 대선의 해를 맞아 트럼프가 보수진영 표를 겨냥, 또 다시 반 이민 정서를 부추기면 이민사회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원정출산이 문제가 많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한국여성들이 자녀의 병역의무 기피나 유학 목적으로 미국에 와서 출산한 후 귀국하는 사례들은 한인사회에서도 낯설지 않다.
남가주에는 한국 임산부들을 위한 산후조리원으로 알려진 곳들이 있고, 지난 가을에는 한국 정치권의 모 여성인사가 과거 LA에서 원정출산 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몇 년 전 어바인에서는 원정출산 호텔을 운영하던 중국계 업주들이 연방당국의 급습을 받고 체포된 후 지난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국무부는 원정출산이 미국의 의료시스템과 이민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하고, 국제범죄조직 등 범법행위와 연루될 위험 및 국가안보를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며 전면 차단 의지를 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산시민권 제도를 아예 없애고 싶지만 법적으로 불가하자 차선책으로 비자심사 강화를 택했다.
해외주재 비자담당 영사는 비자신청 여성의 미국방문 목적이 출산으로 인지될 경우 비자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 한편 한국 등 무비자로 입국해 90일 체류가 가능한 39개 국가 시민들은 이번 조치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입국심사 시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
원정출산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일선 관리들의 재량에 너무 맡기다보면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CNN 보도에 따르면 지난 연말 20대 일본여성이 사이판의 부모 집을 방문하기 위해 항공기에 탑승하려던 중 강제로 임신테스트를 받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미국령 사이판에 원정출산 여성들이 몰리자 정부당국이 취한 조치에 따른 것이었다.매사 지나치면 탈이 나는 법이다. 미국은 이민의 나라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 이민정책이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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