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이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국토안보부가 트럼프 반이민 행정명령의 후속조치로 불법이민 단속에 관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의 목표는 분명하다. 할 수만 있다면 미국 내 서류미비자 모두를 추방하고,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밀입국자들을 적발 즉시 추방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발표된 지침은 이민세관국(ICE)과 국경수비대 인원 확충 및 권한강화를 골자로 한다. ICE 인원을 1만명 늘리고 단속권한을 대폭 확대하며, 국경수비 요원을 5,000명 늘리고 밀입국자 적발 시 청문절차 없이 곧바로 추방한다는 내용이다. 이때 단속 대상을 ‘불법 체류자’ 아닌 ‘추방 가능한 외국인’으로 확장함으로써 영주권자를 포함 합법적 비자 소지자들도 안심할 수가 없게 되었다. 무면허 운전, 음주운전 등 경범죄가 추방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이민단속은 더 이상 불체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토안보부 이민단속 지침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국내에 체류 중인 서류미비자는 1,100만명이다. 이들을 모두 검거하고 구금하며 추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력과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6,000억 달러의 추가예산이 필요한 데, 그런 비싼 단속이 최선인지 트럼프 행정부는 생각해봐야 한다.
마구잡이 이민단속은 사회분위기를 얼어붙게 할 뿐 아니라 경제를 마비시킨다. 이민자 의존도가 높은 캘리포니아는 이미 인력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서류미비자는 가주 전체 노동인구의 10%를 차지한다. 농업(45%)과 건축업(21%)에서 서류미비자 비중은 특히 높다. 이들이 단속이 무서워 미국을 떠날 경우, 한인사회의 각종 비즈니스들이 겪을 파장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이민법은 최소한의 인도적 배려를 기초로 했다. 비록 ‘불법’ 입국이나 체류라 하더라도 인간의 존엄성을 고려하며 구금하고 추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오랜 전통을송두리째 뽑아버릴 태세이다. 서류 미비자들은 단속이 두려워 바깥출입을 자제하고, 심하게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가정들도 있다고 한다. ‘서류미비’ 외에는 범죄 전과 없는 평범한 시민들을 이 정도로 공포심에 사로잡히게 한다면 이런 정책은 문제가 있다.
단속의 칼만 휘두르는 게 최선이 아니다. 포용의 지혜를 생각해야 한다. 서류미비자들을 무작정 내쫓을 게 아니라 합법적 체류의 길을 열어주며 미국사회의 좋은 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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