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내년 쿼타 최대 3만명 감축추진
밀러 백악관 고문 등 반이민 매파 주도
백악관이 난민 입국 쿼타를 절반 이상 대폭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백악관은 현재 4만 5,000명인 난민 입국 쿼타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현재보다 90% 이상 난민 입국을 줄이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미 오바마 행정부 시절 보다 축소 운영되고 있는 난민 정착프로그램을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셈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2일 백악관이 현재 4만 5,000명 수준인 연간 난민 쿼타를 90% 축소해 연간 5,000명 수준까지 줄이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처럼 파격적인 난민 축소안은 스티븐 밀러 고문 등 백악관내 초강경 반이민 매파그룹이 주도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1차로 2019회계연도 난민 쿼타를 현재보다 50% 이상 줄어든 연간 2만5,000명∽1만 5,000명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2차로 5,000명 수준까지 대폭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 난민 쿼타의 90%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는 난민정착 프로그램을 사실상 중단하는 것에 버금가는 초유의 감축 규모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난민 쿼타는 5만명에서 4만 5,000명으로 비교적 소폭 축소에 그쳤다. 대신 트럼프 행정부 이민당국이 난민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심사를 강화하는 소위 ‘비쿼타 장벽’을 높이면서 2018회계연도 난민 입국은 줄어든 쿼타 4만 5,000명 조차 채우지 못할 정도로 제한되고 있다. 2018회계연도 난민쿼타는 4만 5,000명이었지만 실제 미국 입국이 허용된 난민은 1분기에 5,000명에 불과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6년과 2017년 1분기 당시의 1만3,000 명과 2만5,000명과 비교하면 턱 없이 줄어든 수치다.
폴리티코는 백악관 내부사정에 정통한 고위 공화당 관계자를 인용해 밀러 고문이 주도하는 매파 그룹은 역풍을 예상하면서도 이를 강행하고 있으며, 궁극적인 목표는 난민을 한 해 5,000명으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현재의 난민정착 프로그램을 사실상 폐지하는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관계자는 2019회계연도 난민 수용 쿼타는 1만5,000명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무부 난민담당관을 지낸 앤 리차드는 “워싱턴 내부에서 이민자를 줄이기 위한 숫자게임이 진행 중”이라며 “이를 난민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 조차 없는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공화당 고위 관계자는 “난민 축소를 주도하고 있는 밀러 고문은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종류의 이민도 중단시켜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말기에 난민 수용 규모 확대를 추진해 최대 11만명까지 난민을 받아들이려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 5만명이었던 난민 쿼타는 4만 5,000명으로 오히려 축소됐다.
현재 4만 5,000명인 현재의 미국의 난민 입국 쿼타는 이미 1980년 이래 가장 적은 수준이다. 미국은 1980년대 한때 연간 20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이면서 난민들에게 가장 관대하고 우호적인 국가들 중 하나였다. .
매튜 올슨 내셔널 대테러센터 전 국장은 “난민정착 프로그램 축소방안은 미국의 전략적 국익을 해치게 될 것이며, 국가안보에도 해가 된다”며 “난민정착 프로그램은 난민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일 뿐 아니라 전 세계 대다수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는 국가들을 미국이 지원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난민축소방안을 강력히 비난했다.
한편, 시애틀 연방법원은 지난 2일 난민 신청자들에게 고용허가카드(EAD) 발급을 미루고 있는 이민당국에 30일이내에 신속하게 EAD를 발급하도록 명령했다. 연방 이민서비스국 규정은 난민 신청자의 신청서 접수 이후 30일 이내에 EAD를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발급을 지연시켜 난민 신청자들로 부터 집단소송에 피소된 바 있다.
<한국일보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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